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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저출산과 '괴물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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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저출산과 '괴물부모'
  • 김원식
  • 승인 2024.04.29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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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에 이어 국가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바닥을 찍고 개선되기는 커녕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정부 추계가 나와 불안하기 까지 하다.

‘데모 크라이시스(인구 감소 위기)’는 가속이 붙고 있어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명 선이 깨졌고, 이후 2020년 0.84명, 2022년 0.78명으로 추락했고,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6명대까지 떨어지면서 '인구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지고 있다.

◇ 1020세대 정신질환 2배 폭증

또 1020 세대의 정신병동 입원이 최근 2~3년 새 두세 배 증가하고 외래 환자는 더 폭증하여 다른 연령군에 비해 압도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여 이 또한 쇼크다.

서울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25곳의 정신 건강 상담 결과 2018년 16만2882건에서 2022년 31만7940건이 돼 4년 새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엔 청소년들이 대인 관계 문제(26.1%)로 상담을 가장 많이 했고, 우울증·자해 등 정신 건강(20.5%)은 둘째였는데, 2022년엔 정신 건강이 27.2%로 가장 많았다고 했다.

2023년 5월 기준, 31%까지 늘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어느 상담사의 인터뷰를 접한 바 있다.

“(아이들은) 혼자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매일 싸운다, 이런 내 모습에 또 화가 나고 그래서 죽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 괴롭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 “선생님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밉게 보이고 지하철에서 부딪힌 사람과 싸우기도 했다”등.

◇ ‘내 새끼’ 지상주의 팽배

저출산과 1020 세대의 정신건강,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상기한대로 한국은 저출산 쇼크시대가 왔다.

자녀를 아예 낳지 않거나 한 명, 많으면 2명의 시대이니 아이가 귀하고 무조건 잘 자라야만 한다. 그래서 어느 가정이든 내 새끼 지상주의가 강하다.

그 결과 20 여년 전 일본을 몸살 앓게 했던 ‘괴물 부모(monster parents)'가 한국에도 상륙했다.

교사 사냥꾼을 지칭한다.

2000년대 초 일본에서 나온 말로 2006년 도쿄 신주쿠 초등학교의 23세 여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는데 서이초 사건과 판박이다.

교사에게 ‘담임 맡는 동안 임신하지 말라’ ‘내 아이는 청소시키지 말라’ ‘들판에 나가 내 아이가 햇볕에 탔으니 피부를 원상 복구 시켜라’ ‘내 아이 사진이 적으니 수학여행을 다시 다녀오고 사진을 잘 못 찍는 담임을 교체하라’고 요구하는 부모들, 괴물 부모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자녀에게 왕자병·공주병을 부채질하는 부모들이다.

일본과 한국 괴물 부모의 배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저출생이 심각하고 아이가 귀해지니 과잉보호가 습관이고 대가족 붕괴로 도덕과 가치를 훈육할 공동체는 사라졌다.

핵가족 안에도 가부장적 문화는 남아 있어서 아빠는 돈 벌어오고 엄마가 독박육아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학벌 사회에서 자녀의 입시와 인생 성적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부모가 지고서 자신의 삶을 희생해 가며 육아에 올인한 부모일수록 자녀를 더 통제하려 하고, 사회에서 보상받고 싶어 하며, “내 자식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하다.

이런 괴물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의 특징들에 대해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보통 초등학생 때까진 순종하다가, 사춘기에 계속 부모를 대행해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고,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

스트레스 회복력이 낮다. 충동적이고 책임감이 부족하다.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지 못해 스스로 삶의 목표를 정하지 못한다. 우울증과 자해, 중독 등이 심각하다.’ 등.

◇ 부모로부터 ‘분리-개별화’가 과제

필자는 늘 자녀양육에 있어 부모의 필수 과제는 자녀의 부모로부터 분리-개별화라고 강조해 오고 있다.

자녀의 분리-개별화 실패는 각종 병리적인 문제의 출처가 되고 있다.

괴물 부모, 그들은 자신과 자식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여 자녀를 일거수일투족 따라다닌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 군대까지. 성인이 되고 결혼해도 계속 따라다니며 도와주고 있다(?).

한국의 자녀 양육 기간이 평균 35년이고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하니 이런 부모를 만난 자녀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으며 그 끝은 정신적 파국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 자식이 그런 부모 때문에 정신적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보다 더 슬픈 일이 또 있을까!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다.

‘우린 너밖에 없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란 사랑의 표현은, 자녀에게는 부모의 욕망을 홀로 대리해야 하는 상상 이상의 부담이며 똑똑한 부모들의 ‘사랑의 착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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