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5:38 (금)
이상한 만남 3
상태바
이상한 만남 3
  • 고담
  • 승인 2011.09.18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담의 미래소설 '거리검 축제'<3> “이 고장에서 처음 역사를 시작하다니요?”
“진짜 당신은 죽지 않고 살아 있을 것이요”... “영혼이라기보다 진
 나는 차를 마시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몸이 붕붕 뜨는 느낌도 들었다. 차에 환각성분이 있는 것 같았다.

“갑시다.”

K호가 말했다.

나는 K호가 재촉하는 바람에 [격암학원]에 더 있을 수 없었다.

“앞으로 학원에 들르실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사라진 우체모탁국의 최후의 날>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흩어져 있는 이 고장의 역사를 홀로그램으로 모자이크 하여 재생한 것입니다. 아직 한 번도 개봉한 적이 없는 작품입니다. 거리검 축제 때 상영하기 위하여 만들었습니다. 현대언어로 더빙 중에 있습니다.”

[격암학원] 원장이 말했다.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지만 알아들은 척 하였다.

“꼭 와서 보아야 하겠군요.”

“기다리겠습니다. 다 보신 후에는 솟대 할머니를 모신 [솟대신전]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솟대 할머니에게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구를 위하여 만든 것인가요?”

“솟대 할머니를 위하여 만든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 만들었습니까?”

“이 고장에서 한반도에 처음 역사를 시작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만든 것입니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이 고장에서 처음 역사를 시작하다니요?”

“서소西蘇에서 이 고장에 소도蘇塗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이 한반도의 역사를 처음 시작하였다는 말입니다.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대가 크군요.”

“기대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추천합시다.”

나는 계단을 내려와 [격암학원] 밖으로 나왔다. 원래 와우臥牛고개로 불려야 할 성산심로가 도로표지판에 지금은 의미가 불분명한 하우고개로 표시되어 있다.

“표시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무식해서 그럽니다. 잘못 되었다고 지적을 해 주어도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격암학원] 원장이 말했다.

“부끄러워서라도 고쳤어야 할 텐데요.”

“당연히 고쳤어야 하겠지요. 고개 이름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이곳에 오고 싶은 사람들이 와우고개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돌아갈 것입니다. 그때 누가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큰일이었다.

성산심로가 2개로 보였다. 자동차가 두 줄로 늘어서 있었다. 휘발유와 디젤유 사용이 금지되면 조용해질 거리였다. 아마 매연이 나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길 하나는 내가 처음 보는 차가 하나도 없는 거리였다. 사라진 성산심로를 누군가 재현한 것으로 보였다.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었고, 드문드문 복숭아나무가 보였다.

이런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니, [격암학원]에서 마신 차가 내게 환각작용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K호가 나를 부추겨 주었다. 내가 비틀거렸던 듯싶었다.

“홀로그램입니다.”

[격암할원] 원장이 말했다.

“진짜 같군요.”

나는 감탄했다.

“지금 당신 앞에는 길이 2개 있소. 길 하나는 현재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길이요. 과거의 길로 가면 군보급창고가 있소. 삼한시대로부터 그 자리에 있는 보급창고요, 몇 번 불탔고, 또 몇 번 파괴되었지만 그 원형이 그대로 그 자리에 홀로그램으로 서있소.”

K호가 말했다.

“당신은 꼭 솟대 할머니처럼 말하는구먼.”

나는 놀라서 말했다.

“내가 솟대 할머니다.”

K호가 꽥 소리쳤다.

과연 K호는 없고 솟대 할머니가 내 곁에 서있었다. 나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따라 와.”

솟대 할머니가 명령했다.

나는 솟대 할머니가 가는 대로 따라가야 하였다.

“솟대 할머니는 오늘 저를 여러 번 놀라게 하십니다. 전엔 아무리 기도해도 나타나지 않으셨는데 오늘 자주 나타나시니 뭔 일이 있습니까?”

“너를 길들이려고 그러는 것이야.”

“길들이다니요?”

“나는 성주산의 수호신이다. 너를 내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서 길들이려는 것이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기로 하였다.

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토담으로 벽을 두른 창고가 하나 나타났다. 창고 앞에 옛날 무장을 한 군대가 지키고 있었다. 옛날 군대는 마네킹처럼 서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잠들어 있는 듯 했다.

“네가 저들에게 내가 주는 군복을 입혀 주어야만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솟대 할머니가 보급창고 문을 열었다. 나는 솟대 할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은 밖에서 보기보다 엄청나게 넓었다. 군복과 장비가 선반에 정돈되어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모두 옛날 군대용으로 만들어 둔 것처럼 보였다.

“병장기가 너무 구식입니다.”

“최첨단 병기야.”

나는 낫처럼 생긴 것을 하나 들어올렸다.

솟대 할머니가 빈 공간에 대고 이리 오라는 신호를 보내자 빈 공간에서 외계인 복장을 한 군인이 한 사람 튀어나왔다. 그가 내게서 낫처럼 생긴 것을 낚아채 깃발을 휘두르듯 휘둘렀다. 그러자 예리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광자총이다.”

솟대 할머니가 말했다.

외계인이 내게 광자총을 넘겨주었다. 나도 외계인처럼 광자총을 휘둘러보았다. 그러자 빛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외계인이 앞으로 너를 호위할 것이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새로운 이름으로 네가 지어 주어라.”

“알았습니다.”

“당장 지어 주어!”

나는 처음 보는 외계인 무사에게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하였다.

“외계인 무사! 그대는 어느 행성에서 왔는가?”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8.6광년 떨어진 시리우스 태양계에서 왔습니다.”

“그렇다면 시리우스라고 불러야 하겠군. 시리우스라고 불러도 되겠는가?”

“좋습니다.”

“앞으로 그대의 이름은 시리우스이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에게 위해를 가해 오는 자가 있으면 무자비하게 처치하겠습니다.”

그가 하는 말을 듣자 내 머리 속을 전광석화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나의 전생인 듯하였다. 실체가 확실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군복을 나누어 주어야 할 사람들이 하나 둘 올 것이다. 사령관이 이곳에 있다가 그들에게 군복과 장비를 주도록 해라. 물자가 풍부하여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어디에서 선발해 옵니까?”

나는 그들이 외계인이 아닌가 해서 물어보았다.

“선발해 오는 것이 아니야. 나의 직권으로 그냥 불러들이는 것이지.”

“외계인인가요?”

“지구인이다.”

지구인이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 곳에 공장이 없는데 물자는 어디에서 가져옵니까?”

“내가 1만4천 년 전에 태어난 곳인 25.1광년 떨어진 베가성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나는 솟대 할머니의 배후에 있는 베가성이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솟대 할머니가 아바타에게 입힐 군복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것은 외계인의 복장처럼 생긴 옷이었다. 가죽으로 만든 것처럼 보였으나 가죽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특수 재질의 옷감으로 만든 것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아바타를 꺼냈다. 군복은 너무 컸고 아바타는 너무 작았다. 그러나 솟대 할머니가 무어라고 중얼거리자 성인 여자의 사이즈로 몸이 커졌다. 솟대 할머니가 외계인 복장을 던져 주었다. 외계인 복장이 아바타의 몸에 그대로 입혀졌다. 그제야 아바타의 눈이 떠졌다.

“이 분은 너의 새로운 주인이다.”

솟대 할머니가 아바타에게 말했다.

아바타는 대단히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이었다.

“아바타는 베가성에서 내가 관리하는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를 지키던 시녀였다. 족보를 따지면 너의 몇 백 대 조상 할머니가 될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대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저를 감시하라고 보내셨군요.”

“너를 도와주라고 보낸 것이야.”

아바타는 내게 목례를 보냈다. 나도 목례를 보냈다.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몰라 대단히 난감하였다.

“그렇다고 주눅 들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알았습니다.”

“아바타의 이름을 잊지 않았느냐?”

“사모라 하셨습니다.”

“잊지 않았군.”

나는 시리우스 무사와 사모 아바타를 식구로 가지게 되었다.

“그대도 입어야지.”

솟대 할머니는 내게도 군복을 던져 주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지만 군복은 자동으로 내 몸에 입혀졌다. 그러자 우리 셋은 거의 닮은 형의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보기에 아주 좋군!”

솟대 할머니가 만족해하였다.

“주머니를 열어라. 그러면 가면이 하나 있을 것이다. 도깨비 가면이다. 맞나 안 맞나 써보아라.”

나는 주머니에서 가면을 꺼내어 머리에 썼다. 가면이 머리에 잘 맞았다.

“가면을 평시에는 벗고 있어도 상관이 없다만 전쟁을 할 때는 반드시 얼굴에 쓰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가면을 벗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가면은 벗어지지 않았다. 피부로 변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안 벗겨집니다.”

나는 당황하였다.

“벗어져라. 도깨비 가면아.”

솟대 할머니가 명령하자 노깨비 가면이 벗어졌다.

나는 신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도깨비 가면을 써야 합니까?”

“인간은 나약하지만 도깨비는 나약하지 않다. 그래서 도깨비 탈을 쓰고 싸우라는 것이야.”

나는 솟대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였다.

“내가 3천 명의 인간을 다 보낼 때까지 너는 이곳에 있어야 한다. 3천 명을 다 군복을 입혀 무장시킨 다음에 내가 임무를 주게 될 것이다.”

솟대 할머니는 말을 마치자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내 앞에는 사모 아바타와 시리우스 호위무사가 있을 뿐이었다. 해가 질 때가 되어서 그런지 썰렁한 기운이 돌았다.

나는 솟대 할머니가 내게 말한 솟대 할머니의 원대한 계획에 대하여 궁금증이 들기 시작하였다. 내게 무슨 일을 시키려고 솟대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는지 알아보아야 하였다.

나는 보급창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오른 쪽에는 사모 아바타가 섰고 왼 쪽에는 시리우스 호위무사가 섰다.

창고는 열차처럼 길이가 길었다. 창고 안에 사무실이 있는데, 외계인들이 사무실 안에서 사무를 보고 있었는데 무슨 사무를 보는지 알 수 없었다.

“사령관실로 들어가시죠.”

시리우스 호위무사가 말했다.

나는 시리우스 호위무사가 하라는 대로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령관실에는 부관과 당번병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맞았다. 그들도 나처럼 외계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물어보니 그들도 시리우스 행성계에서 온 외계인들이었다. 지구인은 나 한 사람뿐인 것 같았다.

부관이 공중에 스크린이 나타나게 하더니 보고자료를 출력시켰다. 성주산에 대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곳을 지킨 장군들이 하나하나 나타나 인사를 하였다.

“사령관! 환영합니다.!”

마지막에 다른 내가 나타나서 내게 인사하였다. 나는 내 눈 앞에 나타난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대단히 낯선 사람이 내게 자기가 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당신이 정말 나란 말이요?”

“그렇소. 앞으로 당신은 이 세상에 살다가 언젠가 죽게 될 것이요.”

“그건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진짜 당신은 죽지 않고 살아 있을 것이요.”

“그게 영혼이요?”

“영혼이라기보다 진짜 당신이겠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