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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칼을 빌려서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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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칼을 빌려서 죽여라
  • 이송
  • 승인 2011.09.2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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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의 중국이야기-지략의 귀재> 3계-차도살인(借刀殺人)
"상대방의 차도살인 전략에 당하지 않기 위해 항상 대비하라"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서 적을 죽인다는 뜻이다.
 
실생활에서는 다른 사람의 힘과 자원 등을 이용하여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으로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거나 거래하면서 중국인들의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우리끼리 경쟁하며 치고 박고 싸우다가 제풀에 꺾이고 마는 경우가 허다했다.

황제를 이용한 유수의 복수전략

기원 전후의 서한(西漢) 말년, 당시 반란군의 수장 유수(劉秀)는 자기의 친형이 이철(李轍)의 모함으로 죽자, 군대를 이끌고 장안(長安)을 향해 진격했다.
 
황제가 낙양(洛陽)에 있는 이철에게 방어하라고 명령하자 이철은 유수의 군대가 두려웠다.
유수가 이철에게 귀순을 권유하자 이철은 유수가 장안을 공격할 때 낙양에서 출병하지 않겠다고 회신을 보냈다.

과연 유수가 장안을 공격하여 13개 현을 점령해도 이철은 낙양에서 수수방관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수는 살해당한 형의 복수를 위해서, 이철이 출병하지 않겠다고 회신한 편지를 부하 장수들에게 공개했다.
 
이 소식이 바로 황제에게 전해져 황제는 이철을 적과 내통한 죄로 죽여 버리고 말았다.

이철이 처형당하자 낙양은 혼란에 빠졌고, 이철의 부하들은 모두 유수에게 투항했다.
 
유수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낙양을 공격했다. 유수는 차도살인 전략으로 황제가 이철을 사형시키게 하여 형의 원수를 갚았고, 낙양까지 점령하는 이중의 전과(戰果)를 올렸다.
 
사실 중국의 역사에서 유수와 같이 적을 이간시켜 차도살인 전략을 구사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간질로 붕괴시키다

정(鄭)나라 왕 환공은 이웃인 증(曾)나라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먼저 증나라의 요직을 맡고 있는 문무대신들의 명단을 조사한 다음, 증나라 대신들에게 서신을 보내서 정나라가 증나라를 점령하더라도 요직을 맡고 있는 대신들에게는 원래 가지고 있던 재산과 토지를 그대로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정나라 수도의 성 밖에 제단을 쌓고, 증나라 대신들의 명단을 제단 밑에 묻은 다음, 약속을 기필코 지키겠다는 맹세 의식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이 소식을 들은 증나라 왕은 부하를 보내 제단 밑의 명단을 훔쳐오게 한 후, 명단에 들어 있는 요직의 대신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말았다.

정나라 환공은 단순히 적을 이간질시키는 술수를 쓴 것에 불과한데, 증나라 왕은 아주 단순한 이간질에 넘어가 자기의 팔다리인 요직의 대신들을 스스로 죽여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것이다.
 
결국 증나라는 정나라의 공격을 받아 변변한 대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순식간에 멸망해 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이간질 전략은 적은 노력으로 상대를 스스로 분열하도록 만들어 파괴시키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간질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쉽게 넘어가, 스스로 자기의 팔다리를 자르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중국인들은 이처럼 인간심리의 약점을 이용하여, 내 손에 피를 안 묻히고 남으로 하여금 적을 죽여 버리게 만드는 전략을 항상 활용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차도살인 전략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미연에 방지하는 마음과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틈새를 파고 들어와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실수를 하거나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불이 났을 때는 신속하게 꺼야 하듯이, 실수를 하거나 문제가 이미 터졌을 때에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습해야만 상대방의 후속공격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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