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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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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4
  • 고담
  • 승인 2011.09.22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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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미래소설 '거리검 축제'<4> "외계인들은 두 패로 갈라져..."
“솟대 할머니가 누구입니까?”... “마고 할머니지”
“하여간 반갑소.”

“나의 허상인 당신에게 당부 하나 하겠소.”

“하시오.”

“외계인들이 당신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당신이 앞으로 전쟁을 시작하면 외계인들은 분명히 두 패로 갈라져 당신의 승전에 편을 들든가 패전에 편을 들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이요. 나는 당신을 지켜 볼 것이요. 나는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겠소.”

“나라면 그래도 이기는 내게 편을 들어야 하지 않겠소?”

“이긴다고 해도 나고, 진다고 해도 나니,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겠다는 것이요.”

“나의 실상이라는 당신을 신뢰할 수 없을 것 같소.”

“나의 허상인 당신도 신뢰할 수 없소.”

나의 실상이 나타나서 말싸움을 걸어오자 나는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하였다.

“나의 실상이시여! 가시오. 내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가고 있소.”

“알았소. 가겠소. 내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나의 실상이 사라졌다.

“나의 주인께선 무엇을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어요?”

사모 아바타가 물었다.

“나의 실상이 나타나서 말씨름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내가 주인님을 괴롭히는 상대를 차단시켜 드리겠습니다.”

“사모 아바타여 고맙습니다.”

나를 닮은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내게서 떠나간 진짜 내가 다시 돌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가 내게 군례軍禮를 하였다.

“왜, 다시 왔소?”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보급소 소장입니다. 나는 솟대 할머니의 심부름꾼입니다. 나는 솟대 할머니로부터 사령관님을 보필하라는 발령을 받고 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는 나의 실상인 내가 아니었다.

“미안하오. 내가 착각했소”

“신임 보급소장 신고 드립니다.”

보급소 소장은 나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보급소장의 방이었다. 나는 북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가 리모콘을 작동하자 공중에서 화면이 내려왔다. 화면에 홀로그램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어디에서 비추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성주산의 역사입니다.”

보급소장이 말했다.

두레로 불리는 공동체가 나타났다. 옛날의 병영처럼 지은 집들이 있었다.

“옛날에 이 곳에 둔전屯田이 있었습니다. 지금 보이는 그림은 삼한시대입니다. 우체모탁국優體牟涿國시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평소에는 생각하지조차 못했던 단어였다.

“보급소장, 대도제大塗制라는 말을 알고 있소?”

“알고 있습니다.”

보급소장이 미소를 띠며 대답하였다. 대답에 자신이 있다는 투였다.

“이곳 보급소와 대도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보시오.”

“보급소에서 30Km 밖으로 나가면 소래포구蘇萊浦口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초기에 그 곳에서 10년에 한 번 해시海市가 열렸습니다.”

해시라면 바닷가에서 연 신시神市를 말하는 것이었다. 해시가 열릴 때 여러 종족들이 배에다 그들 부족이 생산한 생산품을 싣고 왔다. 품목은 단일품목이었다. 화백회의에서 결정하여 활당한 품목을 생산하여 싣고 오는 것이었다. 그 품목을 분배하기 전에 모두 모여서 천제를 지냈다. 이 일을 소도蘇塗가 주관하였다.

“해시를 열기 위하여 소도蘇塗를 세웠습니다. 소도란 차조기가 자라는 진흙 밭이라는 뜻인데, 차조기가 많이 자라기 때문에 유소有蘇라 하였고, 유소를 국명으로 하였습니다. 차조기는 유소국有蘇國에서 잎을 약초로 썼던 풀입니다. 소래란 유소국에서 래이족萊夷族이 배를 타고 와서 상륙한 포구라는 뜻입니다.”

“보급소장은 이 고장 출신인가요?”

“그렇습니다. 저의 조상은 수천 년 동안 이 고장에 살았다고 합니다.”

“조상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저는 솟대 할머니로부터 신임 사령관님에게 이 고장을 보여드리고 역사를 주지시켜 드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래야 할 만한 이유가 있나요?”

“있습니다. 사령관님께서 솟대 할머니의 메시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이 고장 역사 이야기를 좀 더 들읍시다.”

“사실 저의 조상은 황하黃河를 다스리며 살았던 하백河伯의 집안입니다. 황하를 다스려 온 종족을 풍이馮夷라고 합니다. 황하 주변을 말을 타고 달리며 전쟁을 했기 때문에 풍이라는 족명族名을 얻었으나 저의 원래의 조상은 한인천제桓因天帝의 후손인 풍이족風夷族입니다. 한국에는 유소有蘇로 불리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유소는 셋으로 나누어져 3소라 하였습니다. 축융祝融이신 한인천제가 처음 도읍한 배곡倍谷을 북소北蘇라 하였고, 태하공太夏公 소풍蘇豊의 봉지封地인 부소갑扶蘇岬을 남소南蘇라 하였고, 태하공의 셋째 아들 흘소紇所의 봉지인 하남河南 업서성鄴西城을 서소西蘇라 하였습니다. 후에 서소에서 태하공의 10세 손인 계소繼所의 봉지인 제원濟原이 후소後蘇로 떨어져 나와 4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승史乘>에서는 북소, 남소, 서소를 3소라 하였습니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아무도 한국시대의 그런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있군.”

“역사학자들이 몰라서 가르치지 못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아야 하겠지.”

“<사승>에 보면, 적제 축융이신 한인천제께서 3소를 낳으셨다고 했는데, 이는 한웅천왕이 배달나라를 세우기 전에 이미 한국에 3소가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인천제께서 먼저 나라를 세워 튼튼히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신지神智께서 이를 소덕蘇德이라 하였습니다. 소덕은 나라를 태평하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사승>에서 소덕은 삼소에서 스스로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3소를 풍이족의 도리(風道)로서 국태민안 하고자 나라의 기강을 잡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풍도라는 말이 이미 그때부터 있었군.”

“그렇습니다. 풍이족風夷族에게서 풍도風道가 나온 것입니다. 삼한三韓이라는 말이 후대에 생기게 되는데, 삼한이 3소와 근원이 같다고 하였습니다.”

“풍도에서 소도가 나왔다고 보아도 보아도 되지 않을 까?”

“소도가 나라와 종족의 기강을 세우기 위하여 세운 것이므로 그렇게 보아도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도가 한국 때 이미 황하 일대에 세워졌다고 보아야 하겠군.”

소도는 지금의 UN평화유지군과 같은 조직이었다. 종족간의 분쟁을 소도에서 해결하였다. 이 역사는 조선이 진秦에게 멸망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소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풍이족의 한 분파인 래이족이 소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도가 대륙에서 삼한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제齊와 노魯가 조선이 멸망한 이후에 산동반도 일대에 자리잡은 모국牟國, 추국鄒國 등을 멸망시키면서 한반도로 이동해 갔던 것이다.

“래이족이 언제 쯤 소래에 상륙했다고 봅니까?”

“<사승>에 따르면, 삼소인 북소, 남소, 서소가 남소, 서소, 후소로 개편이 됩니다. 북소가 없어지고 서소에서 후소가 갈라져 나와 삼태극 체제를 유지합니다. 북소가 없어진 이유는 북소의 기풍己豊이 유웅有熊의 제곡고신帝嚳高辛과 싸우다가 패하여 단국과 통합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때가 단국 제2세 홍제 8년입니다. 이후에 태하공 기풍의 10세손인 계소 때 서소에서 후소가 갈라져 나왔는데, 후소 때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나는 보급소 소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다 들은 후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깨우러 다녔다. 군복을 던져 주면 잠든 그들이 깨어났고 그들이 중단했던 일상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한 사람 올려 보냅니다.”

약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보급소 앞으로 나와서 약사가 올려 보내는 사람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꿈을 꾸고 있는 얼굴이었다. 남자였다.

“이리 오시오!”

내가 불렀다.

“약방에서 이곳으로 가라고 하여 왔습니다.”

그가 말하며 약방에서 받은 명함을 내밀었다. 약사가 준 명함이 틀림없었다.

“이 곳에 오겠다고 자원하였소?”

“자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왔소?”

“웬 할머니가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나는 그 할머니가 삼신산을 관장하는 신임을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언젠가 소래산蘇萊山 축제 때 제단祭壇에 나타나서 신찬神饌을 드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함께 본 사람이 있소?”

“저 혼자만 본 듯합니다.”

“그분이 솟대 할머니야.”

“솟대 할머니가 누구입니까?”

“마고 할머니지.”

“마고 할머니가 누굽니까?”

“1만4천 년 전에 베가성에서 지구로 오신 분이지.”

“그분이 지금도 살아계십니까?”

“살아계시지.”

“놀랍군요.”

“당신을 일깨워주기 위하여 마고 할머니가 솟대 할머니로 현신하신 것이야.”

“믿어지지 않는군요.”

“믿지 않으면 큰일 나.”

“네?”

“당신은 사지에 쥐가 났지?”

“아니, 어떻게 아십니까?”

“그게 할머니가 사람을 자기의 부하로 만드는 수법이야.”

“쥐가 올라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당신에게 겁을 주고 나서 이리로 보낸 거야..”

“그렇군요.”

“왜 그대를 내게 보냈느냐 하면 솟대 할머니의 원대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야.”

“저는 이해 불능입니다.”

“내가 그대를 받아들여야 할 성주산 사령관이야. 내가 곧 그대를 훈련시킬 것이야. 이제 이해가 가나?”

“아직도....”

나는 1번에게 군복을 입고 나서 도깨비 탈을 씌웠다. 군복의 왼쪽 가슴에는 1번이라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 번호는 나의 가슴에는 없는 번호였다.

“당신은 1번이야. 1번 도깨비라는 뜻이지.”

보급소장이 1번 도깨비에게 무기를 주었다. 나는 그에게 광자총을 쏘아 시범을 보여주었다.

“2번이 올라갑니다.”

약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2번이 내 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1번은 거주지가 어디야?”

“소래입니다.”

“소래라면 한반도에서 소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군.”

“모르겠습니다.”

“산동반도를 출발한 소풍蘇豊이 래이족萊夷族을 이끌고 상륙한 곳이기 때문에 소래라는 지명이 생겼으므로 그렇게 보지.”

“이건 처음 듣는 말입니다. 소정방蘇定方이 당나라 군대를 이끌고 상륙한 곳이라서 소래라고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소정방이 래이족이라는 말이야? 그렇지 않아. 소정방은 당나라 군대의 장수이고, 래이족은 산동반도의 동쪽 끝에서 농사짓고 염전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던 종족이야. 그들을 예濊라고 했지. 사냥을 했던 예獩는 맥貊이라 하였어. 그래서 예맥濊貊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지. 예濊라는 말은 살리고 예獩라는 말은 맥貊이라는 말로 바꾸어 예맥濊貊이라 했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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