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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전 승리, 순조로운 출발일까? 불안한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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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전 승리, 순조로운 출발일까? 불안한 시작일까?
  • 전제은
  • 승인 2011.09.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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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을 노리는 올림픽대표팀이 오만과 최종예선 첫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2:0 승리! 홈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경기내용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가득하다.

전반초반 오만은 소극적인 수비축구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하게 한국을 몰아 붙였다. 앞선에서부터 촘촘히 선수들을 배치하면서 한국의 패스 길목을 막았고 압박은 위력적이었다. 이런 오 만의 강한 저항에 당황한 듯 패스 길을 찾지 못한 볼은 최후방 수비쪽으로 밀려났고 패스를 통한 전진이 여의치 않자 확률 낮은 롱볼 축구가 시작되었다.

이런 식의 경기흐름이 지속되면서 전반초반 볼 점유율마저 오만에 뒤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마치 홈팀과 어웨이 팀이 바뀐 듯 오만은 빠른 측면 돌파와 패스웍을 바탕으로 한국수비를 위협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짧은 패스길이 막히자 뒷 공간 패스라는 미명하에 의미 없는 롱패스를 고집했고, 몇몇 선수들의 무리한 드리블은 오만의 수비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무기력한 모습은 윤빛가람의 프리킥 골이 터지기 전까지 계속된다.

전반 23분, 윤빛가람의 프리킥 골은 경기흐름을 일순간에 한국으로 돌려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후 한국은 윤빛가람을 중심으로 패싱 게임이 살아나면서 점유율과 함께 축구다운 축구를 팬들에서 선사한다.

하지만, 살아난 패싱 게임을 슈팅이나 골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최전방 공격은 여전히 문제를 드러내면서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측면 공격수들은 돌파와 크로스의 연결 없이 중앙만을 고집하면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고, 마지막 패스의 정확도와 볼을 잡으려는 공격수의 위치가 일치되지 못하면서 슈팅다운 슈팅한번 제대로 날리지 못한 채 힘겨운 1:0 리드를 이어갔다.

후반은 전반 중반 이후 이어진 한국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전반 상대의 측면 공격을 막아내기 바빴던 오재석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서면서 측면은 한결 위협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오재석은 안정적인 수비 뿐 아니라 측면경격수에게 연결되는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윤빛가람은 간결한 패스로 공격의 고삐를 틀어쥐었고, 그의 뒤를 든든히 받혀주던 정우영의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전반에 비해 한결 안정적인 미드필드 장악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최전방이었다. 스피드, 움직임을 통한 공간창출, 몸싸움 어느 것 하나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면서 전방으로 볼이 전달되지도, 전달되었다 해도 수비에게 차단당하거나 볼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후반 29분, 1:0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에게 찾아온 빠른 역습찬스에서 윤빛가람의 결정적인 패스가 김보경에게 전달되면서 2:0 추가골이 터졌다. 오만을 상대로 홈에서 승점 1점만을 챙기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터져나온 값진 추가골이었다.

후반 막판 오만의 마지막 공세에 집중력을 잃으면서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하강진의 선방과 상대선수의 실책 등에 힘입어 2:0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오만을 상대로 홈에서 2:0 승리는 결과면에서 순조로운 출발이라 할 수 있겠지만, 경기 내용면을 보면 세 번의 중동원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불안한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독야청청 윤빛가람!!

전반 초반 오만의 맹공이 이어질 때 까지만 하더라도 윤빛가람도 별다른 공격의 루트를 찾아 내지 못하면서 힘겨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본연의 간결한 패스로 흐름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 상황을 골로 연결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자신감을 되찾은 윤빛가람은 보다 적극적인 공격 작업으로 유기적인 패싱게임을 가능하게 했고, 90분 내내 힘겨워 보였던 홍철의 측면 수비를 커버하는 등 수비적으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후반들어서면서 그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1: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대표팀에 찾아온 역습 찬스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면서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윤빛가람이 마음편히 공격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뒤에서 안정적인 수비역할을 다한 정우영의 역할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날 경기에서 공.수를 연결하고 상대의 흐름을 끊어 내는 등 홍명보호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직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다. 후반 오만이 다시 위치를 선점하고 압박을 시작하자 패스 줄 곳을 찾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는 모습과 불안한 볼 키핑능력은 원정 혹은 좀 더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에 별 다른 활약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만과의 경기에서 골과 간결한 패싱능력으로 분위기와 공격의 위력을 더한 윤빛가람의 활약은 홀로 빛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U-20 장현수와 백성동, 홍명보호에 희망이 되다

U-20대회 16강 주역인 장현수와 백성동의 가세는 홍명보호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만전에서 장현수는 홍정호와 함께 중앙수비의 한축으로 실점 없이 경기를 마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동안 홍정호의 짝으로 이런 저런 선수들을 활용해 보았지만, 경기마다 문제를 드러내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면, 장현수는 홍명보호 중앙수비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호의 측면 공격수 부재를 해결해야 할 백성동도 오만전을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이면서 돌파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지만, 돌파가 여의치 않자 위치를 바꿔가며 또 다른 활로를 찾는 모습과 후반 다소 중앙으로 위치하면서 볼을 배급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무리한 드리블과 불안한 볼 컨트롤은 여전히 그가 풀어야 할 과제지만, 측면에 좀 더 특화된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압박에 길을 잃은 패싱게임, 주고 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만전 전반전에 나타난 홍명보호의 경기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자 패스를 받으려는 사람이 움직임을 가져가도 상대 수비가 바짝 접근하다 보니, 주려는 사람은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뒤로 밀려나곤 했다.

상대의 압박 시 주고받는 2:1 패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패스를 준 선수의 이후 움직임이다. 상대의 1선과 2선이 간결을 좁게 유지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을 때 패스를 준 선수의 움직임은 거의 대부분 상대의 2선 수비를 지나 최후방까지 질주하는 모습으로 일관됐다.

패스를 준 후 상대 수비의 1선과 2선 사이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은 후 다시 동료에게 연결함으로써 상대 수비를 끌어 들이는 효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공간이 워낙 촘촘하고 정확한 볼 컨트롤이 필수적이라는데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움직임과 무리한 패스연결은 상대의 압박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어 줄 뿐이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여러차례 평가받은 조영철, 아직도 더 평가가 남았나?!

한동안 박지성 이후 측면을 책임질 대안 중에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던 조영철!! 그는 이미 여러차례 조광래호와 홍명보호에 이름을 올리고 평가를 받았다.

조영철의 플레이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측면에서 드리블을 통해 상대를 돌파하려 한다. 하지만 결코 여의치 않다. ‘스피드면에서 수비를 압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요, ‘개인기에서 수비를 압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답답하고 불안한 드리블을 지속한다. 그러면서 공격의 흐름을 끊는다. 이렇게 드리블이 길어지다 보니 상대 골문앞에서의 패스와 슈팅 타이밍은 한 템포 늦어 질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크로스와 슈팅이 상대의 발에 맞고 굴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은 오만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후반 시작하자 마자 김보경과 교체 아웃되었다. 홍명보호에서 조영철이 아직도 필요한지 묻고 싶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홍철의 왼쪽수비, 대안이 필요하다!!

홍철은 조광래호의 쿠웨이트전 이후 더 좋지 않은 모습으로 오만전을 마쳤다. 전반 시작과 함께 열리기 시작한 홍철의 왼쪽 측면은 후반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이끄는 순간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전반전 라인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측면을 내준 것은 미드필더나 측면 공격수가 상대 공격수를 1차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아쉬움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대의 개인기에 허물어지고, 무리하게 볼을 뺏으려 달려들면서 한 번에 벗겨지고, 공간을 내준 후 스피드를 이기지 못하는 등 한국의 왼쪽은 오만의 안방과도 같았다. 수비의 역할이 상대의 볼을 뺏어 내는 것만 있는가? 묻고 싶다. 좀 더 지능적이고 흐름을 이해하는 노련한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의 왼쪽수비 이대로 좋을까? 조광래호에서 그리고 오만전을 통해 내린 결론은 홍철의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천석은 왜 좋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나?!

오만전 화면에서 그리 많이 찾아 볼 수 없는 선수 중 한명이 배천석이었다. 이전 평가전까지만 하더라도 배천석은 다양한 움직임에 타겟형 스트라이커역할까지 소화가 가능해 보이는 전천후 공격수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만전을 통해 ‘그가 가진 장점이 무엇이었던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물론, 홍명보호에 1의 자리에 있다 보니 전반 초반 상대의 압박수비에 고립되기 일 쑤 였고, 그에게 연결되는 패스는 확률낮은 롱패스가 대부분이었다.

양질의 패스가 그에게 배달되지 않았다고 해도 오만전 그의 활약은 미약했다. 아니 전무했다. 여기에 고무열이나 측면 공격수들과의 호흡의 문제도 드러내면서 최악의 경기를 펼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려울수록 좀 더 움직이고 고립상황에서 볼을 일정시간 키핑하면서 다음 플레이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의미없는 활동량은 몸을 혹사시킬 뿐 아무에게도 힘이 되지 못한다.

세트피스 상황,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특화된 전술이 필요하다

오만전에서 아쉬웠던 또 하나는 수없이 많았던 코너킥 상황에서 당 한차례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머리를 겨냥한 코너킥은 상대의 수비에 번번히 막히는 것을 반복하면서도 변화하지 않았다. 비슷한 높이 비슷한 스피드의 코너킥, 과연 어떤 의미일까? 세트피스 상황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거나, 세트피스에 대한 중요성을 몰랐거나 둘중 하나가 아닐까?

세트피스 상황을 효율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머리를 겨냥하는 코너킥이라고 해도 짧게 줄 것이냐’, ‘길게 넘겨서 세컨볼을 노릴 것이냐’ 등 다변화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상대 수비들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들을 적절히 파악하여 세트피스의 전략과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어려운 경기 그 한 번의 기회로 분위기를 반전 시키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세트피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의미 하게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오만을 상대로 첫승을 신고한 홍명보호, 6경기 중 이제 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번 경기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고 보완해야 할 문제점도 분명 있다.

어떻게, 얼마나 그 문제점들을 극복하려 고민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은 5경기의 승패가 좌우 될 것으로 보인다. 오만전 전반에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세 번의 중동원정,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리라고 했던가?! 우리는 가끔 남의 전력을 파헤치려 노력하는 만큼 우리의 실상을 파악하는 노력은 게을리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자!! 그게 시작이다.[민중의소리=전제은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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