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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핸드폰, 그리고 연필과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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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핸드폰, 그리고 연필과 펜
  • 박영숙
  • 승인 2011.07.07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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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미래포럼 박영숙의 미래예측보고서<1> 디지털과 비디지털 세계 공존
디지털 글쓰기 한계와 아날로그 글쓰기 미래...비디지털, 기술변화 대안
▲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앞으로 10년까지는 컴퓨터, 핸드폰으로 글쓰는 현상과 연필과 펜으로 글을 만드는 두 가지 현상이 공존한다. 그 이후는 모두 핸드폰으로 찍는다.

미국 에모리대학의 Mark Bauerlein교수는 산만한 디지털 시대를 맞아 문학적 사색을 보존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즉 사라지는 책과 역하, 디지털화로 가는 과도기를 기록해서 남기고 싶은 두가지 현상이 공존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초등학교는 이미 교과서, 책을 모두 없애고 완전히 디지털로 전환했다고 보스턴 글로브지가 보도했을 때 사람들은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생각했다. 이미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학생들이 종이가 아닌 온라인 스크린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장들은 이미 글로브지 기자에게 “책을 보고 있으면 모두 지나간 기술뿐이다. 책은 나오는 날부터 업데이트가 안 되 틀리기 때문에 교과서를 책으로 만들 필요가 없고, 온라인에서 가지고와서 적시학습을 한다. 요즘 교과서를 보고 있으면 책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두루마리를 말아서 그 속에 글자를 써서 가지고 다니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10년 내에 모든 교실, 도서관, 공부방들은 멋지고 훌륭한 각종 기기로 가득 차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캠퍼스의 모든 구석구석에 디지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0년의 학교는 훌륭한 교육용 장비와 기구가 비치될 것이지만 트렌드가 있으면 역트렌드가 있듯이 누구나 다 기기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반대의 작은 공간에서 학생들이 스크린이나 키보드가 없이, 연필, 책, 옛날 신문이나 잡지, 칠판 그리고 계산자를 가지고 기초과목을 배우는 곳도 있다.
 
학생들은 손으로 문장을 직접 쓰고, 계산자로 확률을 계산하고, 위키피디아가 아닌 책을 들여다 본다. 과제를 받게 되면 책장, 참고도서실 그리고 마이크로필름을 찾아가는 아이도 있다. 이처럼 옛것을 그리워하는 아이들, 옛날로 돌아가려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신기술반대주의자처럼 보이겠지만 극렬한 신기술주의자들도 사실 비디지탈 공간을 교과 과정의 핵심중 하나로 환영한다. 향후 10년 내에 교사들은 인간의 감성과 지성 속에서 디지털과 비디지털을 섞을 때 최고의 교육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어떤 상황이나 인간의 삶과 문화는 천천히 진화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완전히 성숙되면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그 시점에 이르기 까지는 가끔씩 반대로 가는 아이들, 디지털을 거부하여 컴퓨터를 꺼놓는 사람들도 나온다.

글쓰기를 예를 들자면, 요즘 학생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단어를 훨씬 더 빠르게 쓴다. 그런데 십대의 학생이 빨리 쓰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그들은 마음에 떠오르는 첫 번째 단어, 즉 항상 듣고 읽고 말하는 단어를 고른다. 그들은 키보드에 손을 대고 스크린을 보며 마음에 가장 쉽게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구조나 생각을 표현한다.
 
즉 그들은 경험해오는 일상 언어를 쓰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밋밋하고 비어있는 평범한 어휘만 사용하게된다. 이미 대학생들의 보고서나 에세이에서 특징이나 맛이 나지않고 무미건조한 단어가 마구 나열되어있는 것을 매일 보고 있다.

그래서 국어 즉 영어교사들은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좋은 글쓰기 즉 에세이란 날카롭고, 각이 있고, 생생하며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날카로운 은유는 가슴에 와 닿으며, 특수한 단어는 심도 있는 의미를 내포하고 우아하게 균형 잡힌 조각으로 이루어진 긴 문장은 독자를 끌어들인다. 글쓰기에는 형식의 구성요소가 있고 자기스타일을 개발하는 부분도 있다. 이러한 것은 글 쓰는 사람이 통상적인 단어의 흐름에서 벗어날 때만 이루어진다.
 
글쓰기란 뿌리 깊은 습관이라서 학생들이 키보드 앞에서 작문할 때는 키보드로 통상 글을 쓰는 자세로 들어가게 된다. 즉, 쓰기(한 달에 2,272개의 메시지), 네트워킹(일주일에 9시간) 그리고 블로깅, 토 달기, IM 이메일, 트위트 등은 짧은 문장에 손쉽게 줄여쓰는 단어만 쓴다. 앞으로 의미가 깊고 심오한 단어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 이메일 트위트 글들은 빠르고 쉽지만 좋은 글쓰기란 이런 식으로 쓸 수 없다. 많은 어린아이들이 속사포처럼 급히 글을 써 아주 쉬운 단어에 의미가 없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제 이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학은 1학년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더 많이 시키게 되고, 기업은 사원들을 위해 글쓰기 작문 교사를 더 많이 고용하여 더 많이 가르치지 않으면 대졸생의 글을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은 벌써 시작되었고 교육자들은 비디지털 공간을 대안으로 내 놓고 있다. 교사나 교수들이 매일 시간을 조금씩 내어 학생들에게 연필과, 종이, 사전, 동의어 사전을 나눠주고 천천히 글을 쓰도록 지도하고있다. 손으로 씀으로써, 학생들은 작문할 때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된다. 동사에서 쉬어가고, 문장전환을 검토하고, 문장이 길이를 검토하면서 “더 잘 쓸 수 있는데”생각토록 만든다.

이렇게 비디지털 공간이 기술에 대한 반동이 아니라 기술변화의 대안으로 나오게 된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펜과 종이가 글쓰기의 도구였으며 학생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개인용 PC와 Web 2.0이 새로운 기술과 완전히 다른 글쓰기 습관을 탄생시키며, 이제는 펜과 종이가 사라졌다. 하지만 한동안은 펜과 종이는 꼭 필요하다고 교사나 교수들이 역설하고 있다.
 
학생들은 비디지털 공간에서 관례와 습관에서 벗어나서, Web상에서의 빠르게, 더 빠르게 한 틀에서 빠져나와 생각하고 쓰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앞으로 역발상으로 접속되지 않는 것을 교육의 한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여 학생들에게 주위 도처에 널려있는 과학기술에서 좀 떨어져서 보는 눈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웹 컴퓨터가 전부가 아니고, 심오하고 의미가 깊은 것은 비디지털 속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알려줘야 한다.

미래의 교과과정 속에 또 다른 한 측면으로 우리가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 즉 디지털과 비디지털 세계의 균형을 맞추어 주어야 한다. 비디지털 공간과 그 외의 학교공간 사이에는 갈등이 있겠지만 그 갈등은 건설적인 것이어야지 제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Web은 정말로 강력한 표현 수단이지만 유사한 다른 의사소통 수단처럼 순응과 진부한 행동도 키운다.
 
비디지털 공간도 재래식 공간으로 남아있고 새로운 기술들은 Web2.0, 3.0, 4.0으로 진화하면서 신선하게 빛나는 의사소통수단이나 디지털 매체로 진화할 것이다. 결국, 과학기술이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이나 매체를 탄생시키지만 한동안은 과도기로 디지털과 비디지털간의 공존이 있을 것이다.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 아이들과, 연필과 펜으로 천천히 심오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두 종류의 현상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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