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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속여서 바다를 건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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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속여서 바다를 건너라
  • 이송
  • 승인 2011.07.07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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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의 중국이야기-지략의 귀재>1계-만천과해(瞞天過海)
"상대방에게 속지 않기 위해 항상 방어하는 마음을 가지라"
<지략의 귀재> 연재를 시작하며
 
죽의 장막을 걷어낸 중국은 20여년만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의 2대 패권국가(G2)가 되었다. 중국의 장점은 단순히 많은 인구와 넓은 땅덩어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세계가 자본주의의 독무대가 되기 전에도 화교라는 집단으로 세계의 금융을 주무르는 존재였다. 그런 중국의 시장이 열렸다고 해서 준비없이 건너갔던 수많은 한국의 사업가들이 커다란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했었다.
 
<지략의 귀재>를 펴낸 이송 저자는 1981년 코트라(대한무역진흥공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했으며, 이러한 자료를 활용해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가 30년의 중국시장 개척 및 비즈니스 조사 업무를 진행하면서 겪고 느낀 노하우를 중국인의 사고방식이 집약된 고전에 기대어 펴낸 책이 <지략의 귀재>다.

현대 무역 비즈니스는 글로벌전쟁터에 다름아니다. 이에 있어 중국인은 수천년 전쟁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전략과 전술, 병법의 역사가 몸에 배어있다. 저자는 중국인의 처세술 비법인 '삼십육계'에서 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까지, 속고 속이는 그들의 지략의 세계 속에 오늘날의 중국 상대 비즈니스의 전범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인들이 잘 하는 말 중에 '선주붕우후주생의(先做朋友後做生意)'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이익을 도모하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도로를 닦아야 차가 달릴 수 있듯이 먼저 친구가 되어야 내 상품을 팔고 중국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지략의 귀재> 연재를 통해 독자여러분들이 중국인들의 사고를 이해하고 다시 한번 중국을 무대로 우리의 뜻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   당 태종.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속여서 바다를 건넌다는 뜻이다. 당 태종 이세민이 고구려를 침략하려고 출정해서 바닷가에 도착했으나 세차게 출렁이는 바다를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당 태종이 출정을 후회하며 진군을 망설이자, 장수 설인귀는 공격을 늦추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여 황제를 속여 배에 태운 뒤 바다를 건넜다.

천(天)은 자연물인 하늘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황제, 국민, 경찰, 법원, 부모, 남편, 교사, 상사, 국민의 뜻, 세계적 추세 등과 같은 상급기관이나 사회적 여론을 뜻한다. 만천과해는 상급기관을 속이거나 국민여론을 호도하여 무모한 일을 저지른다는 의미다.

미륵불의 이름으로 천하를 호령했던 측천무후(則天武后).

측천무후(則天武后)는 당 고종의 황후로 권력을 장악한 다음, 아들을 축출하고 황제가 되려 했으나 여자라는 신분에 가로막혔다. 그래서 절의 장로에게 <대운경(大云經)>이라는 문장을 만들어 바치게 한다. <대운경>은 측천무후가 전생에 미륵불이었기 때문에 현생에서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조작된 보고서로 백성들에게 전파되었다.

문무백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아첨을 하며 측천무후에게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고 권하자, 측천무후는 '민의(民意)는 천의(天意)'이기 때문에 아들을 황제의 자리에서 폐위시키고,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하늘의 뜻이라고 백성들을 속이면서 황제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지금의 중국사회에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이와 같은 만천과해 전략을 아주 잘 사용한다고 한다. 법률은 집을 지키는 하나의 장벽과 같지만, 변호사들은 이 장벽 사이의 틈을 찾아서 바람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법정에서 이 같은 사례들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과 제도, 사회적인 파워 등을 악용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국민을 속여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만천과해라고 한다.

만천과해는 말 그대로 상대방을 속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러한 속임수 그 자체는 선악의 문제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한 자루의 칼과 같아서 선하게 쓰일 수도 있고, 악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만천과해 전략으로 남을 속여서 악의적으로 재물을 빼앗는 것은 용납하지 않지만, 기업운영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대방의 만천과해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 유혹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같은 무조건적인 헌신을 그 누구에게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모든 상황과 조건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판단해야만 한다.

상대방이 달콤한 입술과 전도유망한 사업제안으로 미끼를 던지면 금방 그를 믿거나 또는 미안해서 자세히 살피지 않고 승낙했다가 엄청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 항상 방어하려는 마음을 가지라(방인지심불가무, 防人之心不可無)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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