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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민주당 무리수로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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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민주당 무리수로 고비
  • 정웅재
  • 승인 2011.09.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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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명부 공개' 요구..."유시민 학습 효과, 필승 카드 찾는 것"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방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이 사실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선룰을 짜기위해 합의안 초안을 뒤집는 쟁점을 새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각각 후보를 낸 민주당, 민주노동당, 박원순 캠프 측은 계속된 논의 끝에 23일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박원순 후보측이 "조직동원이 가능한 국민참여경선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야권은 '국민여론조사 30% + TV토론 배심원 평가 30% + 선거인단투표(국민참여경선) 40%'라는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 안은 여론조사기관 선정과 방법, TV토론 배심원단과 선거인단 구성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리한 것으로,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당시 협상 관계자들 주변에서는 "사인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26일 오전 머리를 맞댄 협상단은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협상 관계자는 "(합의안에 대해) 민주당 최고위에서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로 (추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27일까지 협상단은 오전, 오후 잇따라 만남을 가졌지만 협상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새롭게 제기한 요구사항은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명부 공개'다. 23일 합의안 초안에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내용이다. 23일 합의안 초안에 따르면 국민참여경선(40%)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모집한 선거인단 3만명이 내달 3일 경선 당일에 야권 후보 중 선호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이 선거인단 명부를 공개하자는 것은 공개된 명단을 바탕으로 경선 당일에 경선 장소인 장충체육관에 선거인단을 동원하자는 것이다. 동원을 하지 않으면 참여 열기가 떨어져 경선 현장이 썰렁해질 수 있다는 논리인데, 자발적 참여가 아닌 동원을 하게 되면 돈 선거, 불법 선거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당으로서 자금과 조직 등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민주당 후보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6·2 지방선거 '유시민 학습효과'
 
민주당이 '선거인단 명부 공개'를 요구하며 협상을 꼬이게 만드는 것은 '유시민 교훈'이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는 단일화 경선룰 줄다리기를 하다 여론조사 50%와 공론조사 50%를 합산해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공론조사는 각 정당이 모집한 선거인단 중에서 1만5000명을 뽑아서 전화로 지지후보를 묻는 방식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8만여 명, 국민참여당은 3만여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이들을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할당해 무작위로 1만5000여 명을 선발했다.
 
선거인단을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할당하고 전화조사를 하다보니, 당 조직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많았다. 실제, 민주당은 국민참여당보다 5만명이나 많은 선거인단풀을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진표 후보는 유시민 후보에 비해 불과 4%포인트 가량 앞섰다. 여론조사에서는 유 후보가 6%포인트 가량 앞서, 전체 합산한 결과 유시민 후보가 0.96%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지난 23일 야권의 합의안 초안에 따르면, 선거인단 모집에 있어 연령별 할당 방법만 채택하기로 했다. 여기에 선거인단 명부까지 공개하게 되면 민주당이 조직력을 발휘하기가 수월해진다. 공개된 명단을 보고 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유시민한테 진 방법에서 교훈을 찾아 필승의 카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최규엽 선거본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자신들이 제안한 협상 방식을 민주노동당과 박원순 후보가 대승적으로 합의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선거인단 명부 공개라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들고 나와 협상을 파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단일화 협상 타결을 최대한 늦춰, 자당 후보의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후보 단일화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민중의소리=정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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