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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첫경기 치른 박주영, 그에게 필요한 건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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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첫경기 치른 박주영, 그에게 필요한 건 ‘박지성’
  • 전재은
  • 승인 2011.11.0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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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링컵 감각적인 골은 벵거감독에게 아주 깊고 선명하게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주말 첼시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하면서 팀의 대승을 이끌었던 에이스 반 페르시를 대신해 박주영이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이유와의 홈경기에 선발출장했다.

다소 의외의 출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출장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후반 교체출전 정도를 생각했었다. 그만큼 반 페르시는 아스날에 있어 절대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어야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박주영의 선발출장은 벵거감독이 처해 있는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실험이었는지 모른다. 반 페르시가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은 그 만큼 반대급부의 약점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일 그가 부상이나 여타의 문제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아스날에게는 치명적인 약점, 나아가 부진의 늪에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점에서 벵거는 반 페르시의 대체 혹은 백업 공격수로서의 확실한 옵션을 손에 넣고 싶었던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손에 잡힐 것 같았던 확실한 옵션 하나는 또 다시 의문부호만을 남긴 채 다음을 기약하고 말았다.

이날 아스날의 전체적인 경기내용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벵거감독이 만들어 놓은 아스날의 특유의 색깔, 환상적인 패싱게임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막혀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고, 정확성마저 잃으면서 상대에게 역습의 빌미만을 제공하고 말았다.

패스를 받으려는 동료들의 움직임이 부족해서였을까? 송과 아르테타는 공격을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볼터치가 많았고, 중앙으로 이동 후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 제르비뉴의 움직임은 나스리의 존재감만 느끼게 했다.

여기에 아스날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수비의 약점은 이번 경기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산토스와 젠킨스의 공격본능은 아스날의 측면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내 주면서 위태로운 선방이 90분 내내 이어졌다.

이에 비해 마르세이유는 중원에서 탄탄히 자리를 구축하고 아스날 선수들을 압박하면서 패스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볼을 차단 한 후 빠르고 간결한 패스웍으로 아스날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초반 마르세유가 얻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을 성공시켰다면 경기는 완전히 그들의 페이스로 넘어 갔을 가능성이 높다.

박주영, 박지성의 공간창출 능력을 벤치마킹하라

61분을 활약한 박주영은 반 페르시와 교체되었다. 꿈에 그리던 무대였던 만큼 61분은 그에게 너무도 짧았던 시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전반 시작되면서 이전 모습과는 달리 헤딩경합과 센터써클까지 내려와 볼을 받고 움직이는 모습은 일정 부분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원스러운 움직임과 슈팅은 없었다. 동료들과의 호흡의 문제가 아직 남아 있었다. 제르비뉴, 램지와의 동선이 겹치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었고, 박주영이 움직이는 공간과 패스가 오는 방향은 제대로 일치되지 않아 스스로도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어찌 보면 볼튼전 아르샤빈과 같은 도우미가 없었다. 아르샤빈은 다소 긴 드리블로 공격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게 또 한방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패스를 놓아 주는 도우미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마르세이유전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램지, 측면에서 빠른 발을 활용하기 위해 기다리던 월콧에게는 볼 자체가 연결되지 않았고, 제르비뉴는 아직 누군가의 특급도우미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의 성향상 도우미가 되기 어렵긴 하지만 세기도 아직 더 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르테타와 송의 패스는 상대의 수비에 읽혀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박주영은 전방에 고립되거나 볼을 받기 위해 뒤쪽으로 밀려나면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수 없었다. 물론, 몇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 왔지만 그 마저도 볼 컨트롤 미스로 의미 없게 만들어 버렸다.

반 페르시처럼 자신이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골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박주영에게 특급 도우미는 절실해 보였다. 아르샤빈이 못내 그립지 않았을까?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벤치마킹해야 할 선수가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박지성이다. 박지성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볼을 갖지 않았을 때 순간적인 공간창출 능력이 바로 현재의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가 아닌가 싶다.

특급 도우미는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을 가져갈 때에만 도우미의 어시스트도 골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 박주영은 다소 아쉬웠다. 최전방에서 패스를 받고 다시 연결 한 이후의 움직임이 없거나 효율적이지 못했다. 수비와 함께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박지성의 힘이 필요했다.

수비와 일직선상에서 수평으로 움직이거나, 오프사이드를 의식해 움직임을 멈추는 모습은 패스를 주려는 동료도 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패스의 성공가능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패스를 준 이후 즉,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짧은 순간, 위협적인 움직임이 어찌 보면 아스날 최전방 공격수로서 성공하기위해 박주영이 반드시 갖추어야 모습이라 생각된다.

아쉬운 61분, 그것은 박주영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새로운 옵션을 확인하려 했던 벵거감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스쿼드와 출장의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 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회를 살려내기 위해 박주영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적인 능력 못지않게 동료의 움직임과 플레이스타일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느냐? 그리고 최전방에서의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짧은 순간 볼을 받기 위해 효과적인 공간을 창출해 낼 수 있느냐?가 과제로 남겨졌다. [민중의소리=전제은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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