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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 투성이' 공항철도 사고...유족들 강하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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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 투성이' 공항철도 사고...유족들 강하게 반발
  • 조한일
  • 승인 2011.12.0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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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찾아온 강추위 속에서 야간 선로 동결방지 작업을 하던 노동자 5명이 인천공항철도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귀마개에 두터운 옷을 착용한 채 작업을 하다 달려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9일 0시31분께 인천 계양역에서 1.3km 떨어진 지점에서 선로 동결방지 작업을 진행하던 이화춘(59)씨 등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망자는 이씨와 함께 백인기(55), 추성태(55), 정덕선(53), 정승일(43)씨 등으로 코레일공항철도의 협력업체 코레일테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다. 또 함께 작업 중이던 이모(39)씨는 다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관리 반장 등 2명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당시 0시5분께 서울역을 출발해 검암역을 향해 달려가던 인천공항철도 마지막열차는 시속 80~100km 사이의 속도로 이동중이었다. 코레일테크의 한 노동자는 "간혹 작업을 하다보면 열차가 불쑥 지나간다"라며 "새로 도입된 차량이며, 경량화 과정 등을 거친 열차여서 바로 눈앞을 지나가지 않으면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왜, 정규작업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통상적으로 마지막 열차가 지나간 뒤 작업을 했지만, 이날은 코레일테크 소속 노동자들은 이보다 30분 이른 시간에 선로에 진입했다. 공항철도 측은 막차가 계양역을 통과한 뒤에 작업하도록 작업 승인 시간을 사전에 0시50분으로 계획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미리 작업 구간에서 작업을 벌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코레일공항철도 관계자는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 시간은 0시50분께부터였다"라며 "왜 마지막 열차가 지나가기도 전에 작업을 진행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과 직장 동료들은 이같은 사실에 반발하고 있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던 故 정덕선씨의 지인 A씨는 "정씨가 이일을 시작한지 6년이 됐다"라며 "자기가 죽을 것을 알면서 막차가 끊어지기 전에 작업을 시작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사고구간을 담당한 것도 아니었다"라며 "숨진 노동자들은 인근 지역에서 지난 월요일부터 파견근무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임금노동자가 정해진 시간, 작업량이 있는데 굳이 먼저 스스로 걸어들어가겠냐"라며 "관리직들이나 원청업체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현장의 관리 반장이 경찰 진술에서 작업자들이 왜 일찍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며 "반장만 살았다더라. 반장은 현장에도 없었고, 다른 동료 노동자들은 반장을 '배신자'라 부르며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숨진 정덕선씨의 친 누나 정명숙씨는 "사고 직전 작업을 나간다면서 전화가 왔었다"라며 "1, 2년 일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죽을 짓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동생이 최근 파견을 갔다"라며 "요즘 일이 바쁘고 힘들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업무가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에 있던 코레일테크 관계자는 "모든 것은 경찰 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라며 "하지만 현장 근무자들이 왜 그 시간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코레일공항철도 관계자는 "숨진 이들은 작업신청서를 제출했으며 0시50분께부터 승인했다"라며 "하지만 그 시간에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 여부는 해당 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보상 체계는 잘되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노동자들에게는 철로로 진입할 수 있는 문의 자물쇠 열쇠는 없었다"라며 "어떻게 철로로 진입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 밤샘작업에 월 180만원

숨진 이 씨등은 코레일테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다. 코레일테크 사 측은 이들에 대해 "정직원은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처우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유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야간근무만 하며 세금 등을 제외하고 한달에 180만원 정도를 받는다.

현재 코레일테크는 사장의 경우 연봉이 1억원이 넘으며, 본사에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000만원을 넘는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너스나 특별상여금이 전혀 없다. 코레일 테크 사장과 임원들이 성과금으로 3000만원 이상을 챙긴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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