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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소] 왈도의 소곤소곤 이야기-오늘의 불쾌지수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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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소] 왈도의 소곤소곤 이야기-오늘의 불쾌지수 ⑥
  • 서다민
  • 승인 2021.01.0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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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왈도(필명)씨의 소설 '오늘의 불쾌지수'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연재됩니다.

작가 왈도(필명)씨
작가 왈도(필명)씨

병환의 이야기를 듣고 나 기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 기자는 승용차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라꼴이 참.”
 나 기자는 불을 붙이려다 말고 병환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근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좆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왜 다들 몰랐지?”
 병환은 나 기자의 입에 있는 담배를 빼앗아 불을 붙이고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다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기억을 지워버린 거겠지. 집단 기억상실증 같은? 그리고 누가 설마 개나 소가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냐.”
 병환과 나 기자는 한동안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 나 기자는 세 번째 담배를 꺼내 다 담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진짜, 미친척하고 이번 지방선거에 강아지를 출마시켜볼까?”
 “에이…….”
 “왜? 너 안 군수 떨어뜨리고 싶다며? 불법도 아니잖아? 막말로 이런 개똥같은 법을 만든 놈들인데 똑같이 당해봐야지 안 그래?”
 “정말 괜찮을까?”
 병환과 나 기자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
 골프채를 든 안종문 군수 앞에 오인문 사무장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이미 테이블의 음식들은 안 군수가 휘두른 골프채에 깨지고 부서져 캠프는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안 군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처박고 있는 사무장의 머리를 골프채로 툭툭 치며 말했다.
 “인문아. 이제 네가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하는 구나.”
 “…….”
 사무장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었다. 안 군수는 들고 있던 골프채를 바닥에 던지고는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사무장에게 말했다.
 “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왜 매번 사고를 치는지 모르겠다.”
 안 군수의 화가 조금 누그러진 듯하자 사무장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전 그저……, 매형을 위해서…….”
 사무장의 말에 안 군수는 골프채를 다시 집어 들고 내려치려했다. 이때 옆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서장이 캠프로 들어왔다. 서장은 눈앞에 펼쳐진 캠프 상황을 보며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엎드려 있는 사무장 앞으로 다가서며 안 군수에게 말했다.
 “형님, 그 골프채 좀 내려놓으셔. 이러다 처남 잡겠소.”
 서장이 거들자 사무장은 든든한 지원군이라도 만난 듯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군수도 서장의 만류에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서장은 바닥에 떨어진 물병을 집어 들고 뚜껑을 따면서 말했다.
 “인문이가 성급하긴 했어도 이 동네에서 형님 삼선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요. 딴에는 형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랬나본데…….”
 안 군수는 사무장을 한 번 흘겨보고는 넘어진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서장 앞에 놓았다.
 “우리 후배님도 잘 아시겠지만, 선거에 나온 후보자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정치판이라는 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안개 속인데, 항상 조심해야지.”
 안 군수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서장에게도 담배를 권했다. 긴 호흡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서장이 말했다.
 “말씀하신 일은 잘 처리될 것 같습니다.”
 안 군수는 서장의 말에 정색을 하며 말했다.
 “우리 후배님, 감 떨어지셨네. ‘같습니다?’, 아니 그럼 잘못될 수도 있단 말인가?”
 서장은 아차 싶었는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형님 또 옛날 성질 나오신다. 제가 그렇게 얘기하면 끝났다는 거지 뭘 말꼬리를 잡고 그러십니까?”
 “뭐든 확실해야지 이 사람아. 내가 국회의원 초선 때 뚝심 하나로 당 대표까지 했던 사람인거 몰라?”
 “왜 모릅니까 제가. 삼선 당 대표 멱살 잡고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분이신데. 그나저나, 형님! 다음 총선 때 공천은 확실한 거죠?”
 안 군수는 서장의 말에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안 군수와 서장이 껄껄거리며 사담을 주고받고 있는데, 안 군수의 비서가 숨을 몰아쉬며 급하게 캠프로 들어왔다.
“군수님! 군수님!”
 매사에 신중한 비서가 법석을 떨자 안 군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주 앉아있던 서장도 담배를 비벼 끄며 비서를 바라봤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비서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안 군수와 서장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후보등록 마감 직전에 등록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개가 있습니다.”
 안 군수와 서장은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로 눈빛만 교환했다. 비서는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상황을 설명했다.
 “후보 등록자가 더 있다고 해서 급하게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갔는데요. 아 글쎄, 후보 등록을 한 건 맞는데 그게 사람이 아니라 개라는 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안 군수는 비서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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