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14 (금)
내홍 끊이지 않는 충남아산FC, 이번엔 수뇌부간 '알력'
상태바
내홍 끊이지 않는 충남아산FC, 이번엔 수뇌부간 '알력'
  • 지유석
  • 승인 2021.07.28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단주 사임압박에 대표이사 '사퇴불가' 맞서, 시민사회 비난여론 불가피
아산시 인권센터 조사결과 충남아산FC가 인지하고 확인했음에도 별도의 선수검증 절차 없이 데이트 폭력 물의를 일으킨 료헤이 선수 영입을 계속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지유석 기자)
아산시 인권센터 조사결과 충남아산FC가 인지하고 확인했음에도 별도의 선수검증 절차 없이 데이트 폭력 물의를 일으킨 료헤이 선수 영입을 계속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지유석 기자)

[아산=동양뉴스] 지유석 기자 = 시민구단인 프로축구 K리그2 충남아산프로축구단(충남아산FC)에서 구단주와 대표이사가 대립하는 사태가 일고 있다.

충남아산FC는 지난 2월부터 문제 선수 영입, 대표이사 42억 세금 체납 의혹, 사무국장 성희롱 발언 등으로 지역 시민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최근 사태의 발단은 구단주인 오세현 아산시장이 이아무개 대표이사 퇴진을 압박하면서부터다. 오 시장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대표이사, 박아무개 단장, A 사무국장 등에 사임을 요구했다.

"지난해 말, 법인의 내부 기강해이와 조직 불화, 민원 야기로 기관경고 처분을, 올해 초 데이트 폭력 전력이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공익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축구단이 성인지 및 인권 감수성 등 시대적인 요구를 담아내지 못해 시민과 도민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이는 공익적인 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과 경영윤리를 저버렸다"고 오 시장은 지적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아산시 감사위원회를 통해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이사는 이 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이사는 오 시장 입장문이 나온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렵게 창단된 구단이 구단주와 대표이사간 공방이 벌어지는 데 대해 참담한 심경"이라면서도 "옳지 못한 결정과 과정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자신을 향해 제기된 고액 세금 체납건에 대해선 "개인적인 문제로 처음부터 구단주의 이해를 받은 사항으로 실제 경영상의 문제는 일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난해 27경기, 올해 22경기 전경기를 모두 다니며 업무에 만전을 기했고 22개 구단 중 자본잠식 없는 5개 구단 중 하나일 정도로 경영 효율에 앞장섰다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사무국장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도 "시에서 조차 문서로 성희롱성 발언의 문제가 없다고 확인 받고 정당하게 채용됐다"면서 "정당하게 법적 조치하면 진실이 드러날 텐데 11월에 종료된 사항을 갑자기 이슈화 시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 문제 선수 영입에서 불거진 내홍, 힘겨루기 번져

충남아산FC를 둘러싼 논란의 발단은 앞서 언급한 일본 출신 미치부치 료헤이 선수 영입이다. 충남시민사회연대회의,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 충남지역 40여 개 시민단체는 '충남아산FC 료헤이 퇴출을 위한 공동행동'을 꾸리고 료헤이 선수 퇴출을 압박했다. 그러다 이 대표이사 등 구단 경영진에 영입 책임과 고액 세금 체납의혹을 제기하며 동반 퇴진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이사는 "(료헤이) 선수 영입은 전문영입부서가 부재한 상태에서 구단 재원과 법적 요건만을 고려해 한정된 시간 안에 영입하다보니 사회적 문제까지 심도 있게 검토하지 못했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고의성은 전혀 없었으며 이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어 향후 이러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선수는 원천적으로 선발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개혁과제로 삼아 규정화 시킬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문제 선수영입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 대표이사의 주장과 달리 구단 안팎의 증언, 그리고 아산시 인권센터의 진상조사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구단 내부 관계자는 "료헤이 선수 영입은 이 대표가 결정한 사안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구단 핵심은 료헤이 선수가 물의를 일으킨 점을 알고도 영입을 결정했다"고 털어 놓았다.

료헤이 영입을 실무처리 했던 에이전트 역시 "료헤이 선수 영입을 추진하면서 관련 자료를 구단에 제출했다. 료헤이 선수가 물의를 일으켰지만 J리그나 선수협 차원에서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의견서도 변호사 공증을 통해 제출했는데, 구단 경영진은 이를 근거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증언했다.

아산시 인권센터 진상조사 결과는 이들의 증언에 힘을 실어준다. 아산시 인권센터는 3월 30일부터 5월 25일까지 진상조사 결과를 실시한 뒤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산시 인권센터는 이 보고서에서 ▲료헤이 선수의 2017년 데이트 상대 여성 폭력 사건 및 징계 사항에 대해 충남아산FC가 인지하고 확인했음에도 별도의 선수검증 절차 없이 영입을 계속 추진했고 ▲2020년 반복적이고 심각한 여성폭행 이력으로 베갈타 센다이와 계약해지 됐으나 에이전시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과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2020년 12월 31일 선수 영입을 위한 제안서에 료헤이 선수와 충남아산FC 대표이사가 서명하고 2021년 1월 4일 계약을 체결했다고 결론지었다.

충남아산FC는 충남 지역 유일의 시민구단이다. 시민이 주인인 구단에서 구단주와 대표이사간 알력이 불거진 데 대해 지역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무엇보다 수뇌부간 힘겨루기와 별개로 이 대표가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 대표가 아산시 인권센터 진상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은 더 큰 비난을 살 지점이다. 이와 관련, 아산시 인권센터는 보고서에 "충남아산FC는 료헤이 선수 영입과 관련한 회의록 등 각종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사무국장 및 대표이사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거부했다"고 적시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인권센터 진상조사도 불응한 대표이사가 사임에는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다"고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시민구단의) 공공성을 바로잡기 위해 더 힘차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