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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3전 23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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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3전 23승
  • 노승일
  • 승인 2021.09.0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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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청원구청 산업교통과 한현구 교통지도 팀장
청주시 청원구청 산업교통과 한현구 교통지도 팀장
청주시 청원구청 산업교통과 한현구 교통지도 팀장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나이다(今臣戰船 尙有十二) 신이 있는 이상 적은 감히 우리 수군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옵나이다."

수군을 폐하라는 선조의 명령에 대하여, 백의종군하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용된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의 서두에 담긴 내용이다.

임란 중에 장군은 일본군이 조선 내 근거지로 삼은 부산의 본진을 치라는 추상같은 왕명을 따르지 않아 처벌을 받았고 대신 원균이 통제사가 되어 적 본진으로 쳐들어가 대패했다.

이로 인해 당시 조정은 무너진 수군을 아예 폐하려 했고 장군은 바다를 지키지 않으면 전쟁에서 적을 막을 수도 무찌를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 상신한 것이었다.

임진왜란은 미천한 출신으로 일본의 최고 권력자인 관백이 되고 전국통일을 이룬 도요토미가 정명가도(征明假道)를 내세워 일으킨, 사실상 한일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규모 전면전이었다.

당시 자국과 인접한 여진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나라 형편이 녹록치 않았던 명국(明國)조차도 이 싸움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수륙군이 참전하게 된다.

선조는 일본의 침입 전에 유성룡의 건의를 받아들여 장군의 직을 높여 전라좌수사로 임명하였고, 여진의 침탈에도 대비해 북방에 장수를 배치했다.

국제전으로 번진 이 전쟁에 참여한 군사는 초기에 대략 일본이 20여만 명, 조선이 8만 4천여 명, 명은 4만 8천여 명이었다. 함선은 조선이 250여척, 일본이 1,000여척이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발발하였고 3년 정도 휴전했다가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났으며 1598년에 종전했다.

이순신 장군은 크고 작은 왜적과의 해전에서 23전 23승을 거두었다.

뛰어난 전략, 불굴의 용기 그리고 우수한 배와 화력 등이 주된 승리의 요인이었다.

상황에 따라 공수를 달리했고 수비에 좀 더 치중해 전투를 벌였으며, 일본군이 확보하려는 남해와 서해로 이어지는 해상보급로를 중간에 끊는 데 집중했다.

주로 유리한 지역으로 적을 유인하여 일자진, 학익진 등으로 대거 적선을 격침시켰다. 해전은 육전과 달리 화포로 표적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아군이나 적군의 배가 쉼 없이 이동하는 것은 물론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포를 쏠 때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왕국에서 발달시켜온 수학을 적극 활용했을 것이다.

연전연승하던 장군은 어찌하여 어명을 어기면서 일본 본진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는가.

조선은 전 왕조인 고려와 달리 국방을 가벼이 여겼다.

상주군이 적고 유사시 군역 의무가 있던 백성을 동원해 편제를 구성하고 적과 싸우는 부병제가 근간이다.

물론 주요 지점에는 일정한 병력이 상시 주둔하였다. 조일전쟁 초기에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한양까지 올라간 데는 적이 강하기도 했지만 아군이 약하고 방비에 소홀한 게 더 큰 원인이었다.

군대가 취약한 것은 국시 및 국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조선은 농사를 중시한 반면에 공업은 현상 유지에 만족하며, 상업과 무역을 천시했다.

인구는 늘어나고 국부는 쪼그라들며 세수는 들쭉날쭉했다.

자연 국력이 쇠하고 안보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국력이 성하거나 어지간만 했다면 개전 초기나 적절한 시기에 강력한 수군으로 부산 본진으로 쳐들어가 박살을 냈을 것이다.

내친 김에 일본 본토를 공략할 가능성도 있었다. 통제사는 나라와 수군의 현실을 꿰뚫고 있었기에 그리 할 수 없었다.
 
안타까우나 엄청난 전란을 치룬 후에도 조선 국정의 기조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신흥 청나라를 무시하다 병자호란을 자초했고 그 뒤 영·정조 시대 70여년의 중흥과 대원군의 쇄신책 외에 더 이상 거론하기도 마뜩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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