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8:09 (목)
[문화칼럼] 팔공산과 앞산
상태바
[문화칼럼] 팔공산과 앞산
  • 김원식
  • 승인 2022.10.24 1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

[동양뉴스] 대구를 사이에 두고 마치 부부처럼 다정하게 바라보는 두 명산이 있으니 바로 팔공산과 앞산이다.

북쪽 하늘에는 산세가 웅장한 팔공산이 지아비처럼 우뚝 서 있고, 남쪽에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산이 있으니 가히 어머니 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앞산이 대구를 보듬고 있다.

산들은 이 땅에 사람을 잉태하고 오랜 세월의 넉넉함으로 달구벌을 감싸며 혼신의 힘으로 내 고장을 키웠다.

골짜기마다 맑은 젖을 짜내어 신천과 금호강으로 이어지는 젖줄을 만들고 그 젖줄을 먹고 자란 대구는 큰 도시로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

산들은 사시사철 자연의 섭리로 자식을 일깨워 준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심정으로 지켜본 이 땅의 수많은 굴곡된 역사와 아픔들을 산들은 또 어떻게 견뎌왔을까?

남쪽 끝자락 청도의 이서국이라든지, 대구 명칭 미상의 소국, 앞산의 주봉인 비슬산 가야국과 신라의 흥망성쇠, 왕건과 견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은 희비가 교차되었을까?

자식 빼앗긴 일제 치하에서는 가슴 치며 통곡했을 것이다.

어버이의 사랑을 당연시하여 무심히 지나치듯이 산들도 황폐화되어 간다.

늘 우리의 곁에 머물면서 맑은 공기와 포근한 휴식처가 되어 주고 지친 심신을 달래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참어버이요 수호신 같은 산을, 자식들은 지나친 욕심을 부려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로 멍들게 하고 병을 키우고 있다.

이젠 온갖 나무의 고귀한 숨결과 자장가 들려주던 소쩍새도 사라지고 자식의 무관심에 폭포골의 맑은 젖과 고산골의 양수는 메말라 간다.

어버이가 늙어 가고 있다.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 한 통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듯이 가까운 산을 찾아서 산행이라도 해보자.

주위의 숲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다 보면 왜 두 산이 우리들의 어버이 산이요, 산들이 우리에게 베풀어 준 은혜와 그 산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수수방관하는 자식에게 회초리가 날아올지도 모르니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내 자식들에게 쏟는 정성으로 산을 돌보아야 하지 않을까?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