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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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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그림자
  • 서다민
  • 승인 2022.11.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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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범 교수의 세상을 보는 눈
강경범 교수.
강경범 교수.

[동양뉴스] 새벽녘 창문 밖 소리에 잠시 뒤치락거리다 기지개를 켜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있다. 세월 속 나이 탓인지 아니면 선잠을 깨서인지 몸이 썩 개운치 않다. 조금은 지친 몸을 이끌고 하늘을 바라보며 조일朝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지극히 단순한 행동이지만 하루 중 유일한 낙樂이라는 생각에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임인년壬寅年 한해가 기울고 있다. 벌써 지난 삶의 서러움 때문일까 거리는 분주하게 새로운 참모습을 찾아내기라도 하듯 잠시 일상을 밀치고 언제부터인가 다가올 계묘년癸卯年의 새날을 준비한다. 입동立冬이 지나 소춘小春에 들어선 어느 날 쫓기듯 업무를 처리한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불현듯 사회적 관계에 자연스레 동행하는 인습因襲에 젖어 든 우리의 모습을 잠잠히 뒤돌아보았다.

인간은 사고思考하고 인지認知하는 지적 동물이기에 매사 모든 일을 그저 단순하게 치부恥部해 버리지 않는다. 다만 기억은 시간의 흐름 속에 갇혀 지워질 뿐이다. 아쉬운 미련에 잠시 세월 속 기억을 하나둘 퍼즐 맞추듯 회상回想하여 보았다. 어릴 적 우리들의 삶은 생존과 본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름대로 자기만의 세계에 초점을 두고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도덕적 기준의 범주에서 타인을 위한 배려配慮의 의미조차 정작 이해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인간의 발달 과정은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으로 호된 열병을 앓고 아픈 흔적을 남길 때 비로소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때로는 막연한 미래의 꿈과 희망 속에서도 우정에 목말라하고 친구와 동료, 나아가 직장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과 감정에 호소하며,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적응하려 발버둥 치며 살아야 했던 시기. 이처럼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우리”라는 명분을 빌미로 때론 많은 희생을 감수하기도 하였지만, 또 다른 자아自我의 헛된 욕망과 자신감, 올바른 충고를 무시한 패기와 열정은 “합리적 사고”를 외면한 채 아집我執에 둘러싸여 장막을 친다. “왜”라는 의문은 삶이 세월을 업고 시간이 지난 뒤에 비로소 자성하며 무엇이 나를 반성하게 하지 못하게 하였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여전히 우리는 기억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다시 지워 버린다.

우리는 각자 인생에 대한 뚜렷한 정답 없이 스스로 자신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타인과 교감을 통하여 정情을 나누며 살기에 바쁘다. 아니면 가끔 무언가를 찾으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도 싶고, 아무도 없는 첩첩산중에 들어가 살아 봤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으리라, 하지만 실행에 옮긴다 한들 뾰족한 답을 구할 수 없듯, 현실에 충족한 삶을 위하여 멈추어 선 곳이 산이요, 바다요 그리고 하늘이라 생각하며 현실의 충족한 삶에 노력해야 한다. 이제 한 번쯤은 초연한 자세로 먼 추억의 저편 흐르는 세월 속 연륜年輪 앞에 숨겨진 삶의 무게를 저울질해보자, 새벽 별이 먼길을 재촉하며 밝을 빛을 한껏 뽐내고 있을 때, 우리는 언젠가 슬기롭게 귀향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멀지 않은 고향을 등진 채 새터를 마련하기까지, 필자의 삶 또한 그 세월은 물 흐르듯 결코 우연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추억에 젖은 한 시인詩人의 노래로 자신만의 거울 속 모습에 쉼 없이 장구 칠 때, 그런 나를 이곳으로 안내했으리라. 우리는 각자 아름다운 자기自己 그림자를 남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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