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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성격 형성과 명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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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성격 형성과 명절 증후군
  • 김원식
  • 승인 2023.01.20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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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⑫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설을 앞둔 주부 A씨(40대 초반)는 머리가 무겁고 가슴도 답답하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사소한 일로도 짜증을 낸다.

A씨의 이런 증상은 명절기간만 되면 최고조에 이른다.

명절 음식 장만과 설거지 등 가사노동의 부담때문이면 차라리 괜찮단다.

주로 시어머니와 동서들과 어떻게 어울러야 할지 신혼 때부터 해서 지금까지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다.

괜히 뒤에서 자기만 두고 수군거리는 것 같고 자기 눈치를 보는 것 같고 따돌리는 것 같아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음식하는 것도 가뜩이나 서툰데다 물어보는 것까지도 어려워 솜씨가 늘지도 않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이런 상황 때문에 매년 명절 때면 불안해지고 자꾸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부리게 된다.

이제는 무뎌질만도 한데 갈수록 더해지니 이렇게 불편하게 살 바엔 차라리 시댁과는 인연을 끊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단다. 

◇ '유년기 성격형성이 시댁과의 관계에 영향'

어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을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바라본다.

평소 부부 평등의 가족질서가 유지되다가 명절기간에 2대, 3대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아들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질서로 회귀한다.

아내는 전통적 가족질서에 편입되어 가장 하층의 가족구성원으로 추락한다.

제사는 남편의 조상에게만 지내지만, 막상 몸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시댁과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는 며느리들의 몫이다.

자기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시댁 식구들을 대신해 제사상을 준비하는 며느리들은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A씨의 명절증후군은 사회문화적인 차원과는 다른 것 같다. 모든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동일한 수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부 B씨(30대 후반)는 명절이 힘들기는 하지만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 만큼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아니다.

시댁의 관습과 시부모의 태도 등이 친정과는 달라, 신혼 때는 많이 어색했지만 장단점이 있는 것 같고 오히려 배울 점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명절증후군을 사회문화적 차원만이 아닌 며느리들의 심리상태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명절증후군을 심하게 앓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자신의 성격형성 과정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A씨의 경우는 평소 시댁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새로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거나 새로운 집단에 가입해서 적응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A씨 내면에는 관계의 길이 잘 닦여져 있지 않거나 어쩌면 아예 길이 안 나 있을 수 있다.

관계하는 게 어색하고 어렵고 힘들 수 있는 것이다.

관계의 첫 단추는 생애초기 양육자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되는데 A씨는 그 관계에서의 어색함과 어려움을 시댁 사람들에게 투사해 그들이 자신을 따돌린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신의 내면화된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시댁 사람들을 통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 

◇ '내면화된 자기 이미지를 시댁 통해 투사'

B씨는 부모에 대해 자신에게 무엇을 물어본 다음 자신이 하나하나 생각해 가는 과정을 기꺼이 기다려 주고 같이 참여해 준 것으로 기억했다.

함께 놀았던 기억, 칭찬받았던 기억, 충분히 공감해 주었던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결혼 후 시댁 관습이나 시부모 태도가 낯설었지만 그것이 힘들었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생겼고, 또 다른 경험이었기에 적응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반면에 장녀로 태어난 A씨는 한 살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A씨의 아버지는 매우 무책임한 사람으로 어린 A씨를 처형에게 맡기고 집을 나가 버렸다.

그런데 이모와 이모부도 건강한 어른들이 아니었다. 특히 이모부는 폭력이 심해 A씨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까지 건강하게 양육할 상태가 아니었다.

"우리가 아니면 너는 길거리에서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어"라는 식으로 위협했다.

A씨의 유년기는 외로웠고, 늘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결혼하면 좋아지겠지, 시댁 어른들은 부모님과는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일찍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혼 첫 명절 때 부터 이것저것 가르치려는 시어머니가 부담스러웠고, 음식 만드는 것보다는 시어머니 얼굴 표정에 신경이 더 갔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는 동서들이 부럽기만 했다. 

◇ '심리적 역동성 이해가 먼저 필요'

설날이 어떤 며느리에겐 기다림으로 또 어떤 며느리에겐 부담으로 올 수 있다.

양육과정에서 B씨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려 하고 공감하려했기 때문에 시댁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들의 관습이나 태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반면 A씨는 그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리 잡은 두려움과 외로움이 시댁 관련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쯤 되면 A씨의 시댁어른들도 동서들도 A씨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A씨에게는 내면의 나쁜 부모 표상을 시댁사람들에게 투사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는 심리적 역동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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