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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술 마신 아빠를 걱정했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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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술 마신 아빠를 걱정했던 아이
  • 김원식
  • 승인 2023.04.2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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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40대 후반 A씨는 남편의 음주에 무척 예민하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겠다고 하는 날에는 종일 술 생각으로 불안해하고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결혼 초에는 술자리에 간다고 미리 알려주곤 했는데 지금은 말도 없이 마시고 들어오고 주량도 늘었다.

술을 마신 뒤 비틀거리며 귀가할 때면 말도 함부로 하고, 그 말이 화근이 되어 심하게 다투기도 한다.

아이들이 사춘기로 한창 예민할 때라 되도록 다투지 않으려고 하는데 조절하기가 어렵다.

이젠 아이들도 가세하여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아빠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남편의 음주에 대한 A씨의 감정은 처음에는 걱정과 두려움이었다면 지금은 분노이다.

가족 모두가 그토록 술을 싫어하는 줄 알면 고치려 노력해야 하는데, 갈수록 더하기만 한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고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 남편의 음주에 무척 예민한 40대 여성

어릴 적, A씨의 아빠는 마을 이장직을 맡으며 마을 사람들과 자주 술을 마셨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여지없이 엄마와 심하게 싸우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A씨가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엄마는 술에 취한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고, 아빠는 이성을 잃은 듯 집안의 물건들을 집어 던졌고 엄마를 때리기까지 했다.

그러면 A씨는 화장실 가기도 두려웠다.

A씨는 폭력이 난무하는 집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그 상황을 느끼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이며 지내야만 했다.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빠가 술을 마셨다는 생각이 들면, 동생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숨어 있다가 몰래 들어오는 것이었다.

집에 늦게 들어오면, 아빠가 자고 있었다. 그 순간이 가장 평화로웠고 행복했던 것 같다.

A씨는 어릴 적 아빠와 집안 분위기에 대해 쏟아내면서 지금의 술과 관련된 남편과의 다툼을 통찰하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을 어릴 적 아빠와 동일시 하면서 아빠가 만들어놓은 집안의 분위기를 남편도 만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A씨 음주와 관련된 걱정과 두려움, 그것들은 A씨에게는 그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었어야 할 내면화된 감정들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해결되지 않고 제거되지 않은 자신의 감정들에 대해 누군가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런 심리적 역동성에 대해 대상관계이론가 멜라인 클라인(M. Klein)은 ‘투사적 동일시’과정으로 설명한다.

A씨의 경우는 아버지로부터 형성된 술 문제와 관련된 걱정과 두려움을 남편에게 투사하여 남편을 통해 그때의 아빠를 남편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남편의 다른 것들보다는 음주에 민감했을 것이고, 남편이 아빠처럼 될까봐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것 같다.

결국, A씨는 성인이 되어 있지만 어릴 적 아빠의 음주로 인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때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다.

◇ 아빠의 음주로 인한 어린 시절 상처

필자는 A씨에게 옛날의 시각을 벗어 버리자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남편의 음주에 대해 두려워 떠는 아이의 눈으로 보지 않고 성인의 시각으로 보자고 했다.

A씨는 성인이 되었지만 어릴 적 상처를 되새기며 그때의 아픔을 또다시 재현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A씨는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세 가지 중요한 과제에 충실하라고 했다.

먼저 아빠의 술로 인해 만들어진 공포의 분위기 속에서 불안한 자신 즉,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를 들춰내면서 그 아이에게 ‘불안했구나’하고 다독이게 했다.

다음으로 그런 위기 속에서 동생들을 챙기는 지혜를 갖고 있었던 자신의 내적인 자원을 발견하도록 했다.

그런 내면의 아이가 얼마나 괜찮은 아이인지를 객관적으로 보게 했다.

마지막으로 편히 쉬는 법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어느 분위기 속에서 살기를 원하는지 스스로 탐색하고 결정하도록 도왔다.

◇ 남편을 아빠화하는 동일시 벗어나 분리시키기

A씨에게 남편은 더 이상 어릴 적 아빠가 아니었다.

아빠의 모습이 그토록 싫었음에도 남편을 아빠화하여 동일시시키고 있음을 알고, 분리시켜서 개별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남편에게는 술과 관련된 것으로만 보이고 느껴졌는데 이젠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저의 내면의 아이가 남편을 술 마시도록 부추겼습니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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