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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시(詩)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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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시(詩)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 김원식
  • 승인 2023.04.29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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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사진=동양뉴스DB)
허행일 시인. (사진=동양뉴스DB)

[동양뉴스] 몇 해 전, 대구 동구에서 문학애호가들을 상대로 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두 달에 걸쳐서 총 8시간의 강의를 했었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의 첫 질문이 "선생님,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가 있나요?"였었다.

"아주머니, 저의 오늘 강의료에다가 사비까지 보태서 돈 100만원을 아주머님께 다시 맞춰 드릴 테니 잘 쓰는 방법이 있으면 되려 좀 가르쳐 주세요" 라고 필자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 글 쓰는 작업은 인고의 시간이다.

더욱이 번뇌와 초조함이 겹쳐지면 아무 것도 쓰질 못한다.

하지만 정답은 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후천적으로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분명히 좋은 글을 남길 수가 있다.

그 노력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실천과 반복학습의 연장이다.

시를 시작하려고 하는 애호가들께 감히 말씀드린다.

첫째, 소재와 사물에 대한 관찰력을 길러라.

과학적인 사고보다는 심미안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겠다.

사물에 대한 자신만의 마음 속 이미지화가 중요하다.

둘째,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유명한 시인이라고 해서 시구가 마음대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글귀가 떠오를 때는 항상 메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책을 많이 읽어라.

언어를 창작할 수 있는 권한이 시인에게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그때 적절한 미사여구 사용을 위해서는 관계되는 서적을 많이 읽어서 기교를 넓혀야 한다.

넷째, 글쓰기 작업을 많이 하라.

어려울 때는 저녁마다 일기를 작성하는 습관도 괜찮겠다.

다섯째, 글쓰기 작업을 했다면 예전에는 '퇴고(推敲)'라고 배웠으나 글다듬기를 하라.

작성한 글을 읽어 보고 자연스러운 낭송이 될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시란 낭독이 아니고 낭송이다. 시 낭송이 자연스러워졌다면 그때 작품을 발표하라.

여섯째,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건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재를 될수록 시구에 언급하지 마라.

예를 들면 '사랑'이라는 주제와 소재에 관한 시를 쓰고 싶을 때 표현하는 시구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독자로 하여금 그 시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두서너 번 정독하고 난 뒤 독자의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되고 열 번 정도를 읽었을 때 독자로 하여금 '나도 사랑이 하고 싶어진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때 그 시는 이미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

특히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초심과 동심을 잃지 마라.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가져라.

사회와 국가가 아무리 타락하고 더러워져도 시인의 글만 살아 있다면 그 사회와 국가는 아직 죽지 않았다.

시란 꿈꾸고 노력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는 열매이기 때문에….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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