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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 살아 있는 춤. <묵향(墨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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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 살아 있는 춤. <묵향(墨香)>
  • 권용복 기자
  • 승인 2013.12.06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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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 대한 고루한 통념을 깬다! <묵향(墨香)>

한국 춤을 보는 전혀 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작품 <묵향(墨香)>이 5일 오후 프레스콜에이어 6일오후 8시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성주가 안무를, 패션브랜드 <KUHO>의 디자이너였던 정구호가 의상과 음악, 무대 디자인을 비롯한 총연출을 맡았다. 정구호는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활동을 위해 프리를 선언했다. 이번 무대는 공연연출가로서 정구호가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기에 그 귀추가 더 주목된다.

<묵향(墨香)>은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무용가이자 안무가였던 故 최현의 유작인 <군자무>(1993년 초연)를 재창작했다. 시작과 끝, 매․난․국․죽의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사군자가 상징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는다. 여성 무용수가 주를 이룬다는 인상을 주었던 한국무용이 남성들의 힘이 넘치는 춤으로서 진가를 보여준 무대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립무용단이 선택한 2013년의 마지막 공연은 바로 너무나도 전통적인 작품 <묵향(墨香)>이다. <묵향>은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이 그대로 담긴 작품으로, 전통 속에서 현대성을 찾는 무대가 된 것이다. 이에 연출을 맡은 정구호는 전통은 이 시대의 감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말하며, 이번 작품을 통해 오히려 전통이 전통다울 때 가장 모던함을 증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 할 부분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만든 의상이다. 묵향의 의상은 움직이면 몸에 휘감기는 기존의 무용복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통복식 라인을 유지하면서 천의 색감, 재질 등을 응용해 정구호만의 한복으로 만들었다. 분명 한복이지만, 어딘지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저고리의 길이는 짧아졌고, 고름을 없앴다. 치마는 더욱 풍성하고 봉긋해졌다.

색은 기본으로 흰색과 회색, 검정이 쓰이고, 분홍·노랑·초록이 포인트로 사용된다. 버선코가 살짝살짝 내비쳐지는 둥근 치마, 여인의 손끝을 아름답게 받쳐주는 저고리 등 무용수의 움직임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숨 쉬는 모습이 마치 한복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춤은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장으로, 남자 무용수 12명이 선비 춤을 선보인다. 거문고 중모리에 콘트라베이스의 중저음이 평행적 밸런스를 이루며 묵향이 시작된다.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릎 쓰고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 매화.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향기만을 팔지 않는다고 해, 매화를 조선시대 여인들의 절개에 비유하기도 했다. 매의 장에서는 여성 무용수의 춤이 펼쳐진다. 맑고 깨끗한 '정가'를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퍼트리는 난초를 그리는 장이다. 대부분 난초라 하면 여성을 떠올리지만 이 작품에서는 난초를 그리고 있는 양반의 자태를 우리 춤으로 선보이고자 한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4중주연주로 중중모리의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어 냄으로써 난초의 외유내강(外:가야금, 內:거문고)의 이미지를 표현 한다.

늦가을의 추위를 이겨 내며 피어나는 국화는 꿋꿋함의 상징이다. 국화의 장은 품위 있는 여성이 풍기는 무게감을 여성군무로 표현, 우리 춤의 중후한 멋을 발산한다. 해금의 중저음만을 사용, 진양조의 해금산조 선율로 무대의 깊이를 더한다. 연륜이 묻어나는 여인의 춤을 중심으로 여섯 쌍의 남녀 듀엣 춤이 '국화'을 형상화한다.

모든 식물들의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유지하는 대나무. 곧게 자라나는 특성 면에서 선비의 기개를 상징한다. 이 장에서는 2~3미터가량 되는 대나무를 장대를 들고 추는 남성군무가 선보인다. 두 개의 대금으로 대금 산조의 자진모리를 연주하여 곧은 대나무 속 내재된 유연성을 표현 해 본다.

전체를 마무리하는 종무는 사계절 자연의 조화와 군자정신,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를 표현하는 조화로운 군무로 표현된다. 음악은 가야금 고수의 휘몰이 장단과 바이올린의 스킬 연주의 복잡한 하모니를 통해 난이도 높은 조합의 새로운 밸런스를 통해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 속의 평정을 표현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6.(금)~ 8.(일) / 평일 8pm, 주말 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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