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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어린시절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40대의 관계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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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어린시절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40대의 관계 패턴
  • 김원식
  • 승인 2023.07.2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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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직장을 자주 옮기는 40대 중반의 남성 A씨.

그는 올 상반기만 해도 5~6곳을 옮겼다. 요즘 직장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A씨에게는 용케도 참 쉽다.

처음 취업했을 때 굉장히 의욕적이고 기대감에 차 들떠 있다.

꼼꼼히 챙겨봐야 하고 신중해야 할 것 같은데, 금세 결정한다.

곧 돈을 많이 벌 것처럼 마음도 부풀어 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발적인 상황들이 발생한다.

자신을 깔본다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않은 업무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일요일에도 근무하라고 해요” “나이 어린 팀장이 말을 함부로 해요” “어깨에 메고 옮겨야 할 짐이 너무 무거워요” 등등.

이때 성숙하게 대처하기보다 본능에 가깝게 분노를 풀어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책임을 회사에 전가하고 욕설은 기본이고 싸움으로 막을 내린다.

어떤 직장에서는 기물을 파손시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똑같은 레퍼토리로 모든 직장이 기-승-전-싸움으로 끝났다. 

◇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매번 끝은 싸움으로 끝나

보통 취업할 때, 꼼꼼히 확인했었어야 하는 근무 조건들이 있고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실제 견디기 힘든 상황과 마주하면, 이성적으로 하나씩 따지고 동료들과 소통하며 서로 머리를 맞대 풀어가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그는 유아처럼 부모에게 화가 나면 본능적으로 울어버리거나 깨물어버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식에 가깝다.

문제상황을 해결하기보다는 파투 내어 버리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식이다.

최근에는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다고 한다.

교육원에서 교육받은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격증 관련 업체를 인수한 대표가 된 양 한껏 부풀어 있다.

벌써 영업에 들어가 있는 듯이 자랑하고 다닌다.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해줄게요” “아들아, 아빠가 잘해서 물려 줄테니 열심히 공부해라” 자격증도 취득하지 않았는데, 그는 허황된 그림을 그리고 있다.

◇ 관계 패턴은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에 비롯되어

A씨의 이런 관계 패턴은 어디로 부터 왔을까?

A씨의 부모는 그가 어린 시절 이혼을 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어린 그를 두고 엄마는 집을 나가버렸고, 그는 할머니 손에서 컸다. 엄마가 언제쯤 데리러 올까 손가락을 세면서 엄마를 기다렸다.

세 밤을 세면 올까? 열 밤을 세면 올까? 다시 엄마를 만난 것은 성인이 되고 한참 뒤였다.

A씨의 내면에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언제든 찾으러 오겠지 라는 희망, 흥분과 찾지 않고 자신을 버렸다는 좌절, 분노라는 상반된 감정들이 팽배해있다.

이런 분열적인 감정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A씨에게는 세상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오로지 자기자신 뿐이다.

이렇게 되기 까지 그때의 어린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상담자가 보기에, A씨가 가엾다.

40대 중반의 성인이 됐지만, 내면에는 어릴 적 그때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결국 찾아와 주지 않은 데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감정들이 현재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투사되고 있고,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에 안타깝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초등학생 외아들에게 “세상에 믿을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너가 나의 기대에 저버리는 일을 한다면 나는 너를 버릴 거다. 너희 엄마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 아들의 내면에는 어떤 아버지의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

또 그 아들의 자신에 대한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  

◇ 사람들을 엄마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

A씨는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아들, 아내에게까지 자신의 내면에 내재화된 엄마와 동일시시키면서 엄마의 상을 투사하고 있다.

이젠 A씨는 그들을 엄마와 동일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엄마에게서 받지 못했던 것을 그들에게서 받으려 하고 있고 요구까지 하고 있고, 그것들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표출되는 감정은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의 분노라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A씨는 자신의 내면과 관계 패턴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엄마에 대한 흥분과 분노라는 감정이 아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동성을 가지는지도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적극성으로 상당한 변화가 기대된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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