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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외할머니의 사랑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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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왜 가족이 힘들까?-외할머니의 사랑의 착각
  • 김원식
  • 승인 2023.10.2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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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송유미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동양뉴스] 초등학교 5학년인 A양은 1년 전부터 두통을 호소해 왔다.

종합병원에서 MRI까지 찍어봤지만 별 이상은 없었다.

필자와 상담실에서 만나는 첫날에도 두통을 호소하여 이미 진통제를 먹은 상태였다. 

◇ 충분히 돌보지 못한 미안함, 돈으로만 보상

A양은 생후 8개월 되던 해에 외할머니에게 맡겨졌고, 2개월 후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외할머니가 본격적으로 맡아 키워 왔다.

A양 엄마는 간간이 소식을 전하긴 했으나 A양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끝으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엄마 없이도 잘 키웠다는 말을 듣고 싶어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지만 요즘처럼 원인 모를 두통을 호소할 때면 답답하기만 하고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앞이 깜깜해진다.

A양의 외할머니가 A양을 키우면서 힘이 들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 잘 키워야겠다는 의지는 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A양 외할머니 역시 딸이 초등학생일 때 남편의 외도와 약물중독으로 이혼을 해야만 했으며, 혼자 벌어 살아야 했기에 큰집의 여러 사람에게 딸을 맡겨 키울 수밖에 없었다.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그렇게 키웠다.

딸에게는 늘 미안했고 그래서 모든 것을 돈으로 다 해결해 주려고 했다.

그때는 그것이 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앞만 보고 살다가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교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키더니 스물도 안 되어 임신까지 하게 되면서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딸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고 결국 얼마 안 되어 이혼까지 하게 되었다.

A양의 외할머니는 딸의 모든 상황들이 제대로 돌보지 않은 자기 때문이라 자책하면서 하던 일을 다 접고 손녀를 키우게 되었다. 

◇ 외할머니의 사랑의 착각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땐 혼자 벌어먹고 살아내야 했으니 딸에게 미안했지만 그것이 최선이었어요. 손녀한테라도 잘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안 해 준 것 없이 잘 챙기며 키우고 있는데 자꾸 저런 문제가 생기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60 중반 되는 외할머니의 손녀를 향한 사랑은 차고도 넘쳤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어느덧 외할머니는 A양 마음의 정원에 정원사가 되어 있었다.

일거수일투족 가지치기에 바빴다.

A양이 하는 거의 모든 것에 입을 뗐고, 고치려 했다.

“그러면 안돼! 그렇게 하는 것은 나쁜 것이야!” 라는 말이 일상이었다.

외할머니의 지나친 간섭이었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 사랑으로 앞으로 A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외할머니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모르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 손녀의 원인 모를 두통, 관심과 주목의 수단

A양은 외할머니나 학교 담임 선생님, 같은 반 친구들까지 만사를 제쳐두고 자기한테만 관심을 쏟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방법은 두통 호소이다.

실제로 A양은 자신의 두통 호소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은 엄마로부터 제대로 받지 못한 애착 대상이었고 두통 호소야 말로 자신을 드러내고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던 셈이다. 

◇ 접착테이프를 붙여라

외할머니에게 손녀에 대해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간섭하고 싶을 때마다 입을 접착테이프로 단단히 붙여놓으라고 했다.

손녀가 징징대며 보챌 때도, 두통을 호소할 때도 입을 꾹 다문 채 반응을 하지 말라고 했다.

만약에 지금껏 해 왔던 대로 반응을 보이면 그 반응은 외손녀의 두통이라는 잡초를 키워내는 비료가 되는 것이라고 비유해 설명했다.

상황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 보라고 했다.

이것은 방임도 무관심도 아니다.

다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손녀는 새롭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으로 다시 내면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재내면화이다.

외할머니는 손녀가 결코 딸일 수 없으니 딸에 대한 미안함을 손녀에게 투사시키지 말고, 손녀가 손녀로서의 독립된 개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둔 상담으로 마무리했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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