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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가족의 변화, 그 시작과 끝-이제 부모의 '사랑의 매'는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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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가족의 변화, 그 시작과 끝-이제 부모의 '사랑의 매'는 금지
  • 김원식
  • 승인 2023.10.30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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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박사&송유미 교수의 '우리 家 행복한 家'
이제상 박사
이제상 박사

[동양뉴스] 체벌은 훈육일까 학대일까?

체벌이 ‘적절한 기준’만 지킨다면 훈육의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인식은 세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늘 존재해왔다.

문제는 체벌의 ‘적절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불분명하고,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체벌이 자녀에게 큰 심리적, 신체적 상흔을 남길 수 있음에도 오래전부터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고, 체벌의 금지 여부에 대한 여론도 찬반으로 팽팽하게 맞서왔다. 

◇ 2021년 1월 대한민국 체벌 금지

그런데 국내의 체벌 금지가 2021년 발효되었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62번째로 체벌을 금지한 나라가 되었다.

2020년 10월,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부모의 학대로 짦은 생을 마감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일명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집중되었고, 국회에서는 2021년 1월 민법에 존재해온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라는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2015년 개정 아동복지법에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되어 부모의 자녀체벌을 금지했지만, 민법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존치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는 여전히 체벌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 간의 체벌 기준에 대한 혼란도 동시에 깔끔히 없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체벌에 대한 ‘법적 기준’과는 별개로, 사람마다 자신만의 ‘암묵적 자기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40대 직장인이 딸 체벌하자, 딸이 112 신고

올해 8월 직장인 박경수씨(가명·48)와 그의 딸 사이에 체벌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다.

공공기관의 부장으로 근무하는 박씨는 직장 내에서 모범적인 직장인이자, 사리분별이 뚜렷한 40대 가장이다.

평소 두 딸을 끔찍이 사랑하고 가정교육에 신경을 쓰는 아버지이다.

그런데 여름 방학동안 공부를 게을리한 큰 딸(고교1)의 손바닥을 파리채로 서너 대를 때렸는데, 그 딸이 아버지를 아동학대혐의로 112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박씨는 딸의 112 신고에 놀랐지만, 딸이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밀 때 “아빠가 끝까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진술을 했다는 말에 더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한 달 가까이 할 말을 잃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씨는 추석을 전후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꺼냈다.

그는 “딸애 교육을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게 그에 대한 보답인가 생각하니 인생이 우울하고 허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딸에 대한 사랑에 대한 자기기준이 부정당했다는 것에 당혹스러워했다.

그 사건은 종결된 후 그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해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나, 범인의 성격·연령·환경, 범죄의 경중·정상, 범행 후의 정황 따위를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일이다.

그의 아동학대혐의는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재판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어 달이 지난 그는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어있었고, 딸과의 관계도 상당부분 회복되어있었다.

그는 자식과의 관계, 부모의 관계를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다짐한 듯했다.

자녀에 섭섭했던 마음을 넘어 자녀를 포용하고, 그 사건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는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였다.

◇ 훈육은 아이들과의 상호관계에서 진행되어야

체벌은 훈육일까 학대일까?

체벌이 법적으로 어떤 경우라도 학대라는 점이 확인되었지만, 보통 아버지의 개인적인 ‘자기 기준’으로는 아직 모호한 영역이고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진 분명하진 않다.

스스로 재정립하거나 거듭날 만큼의 고통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맡길 일도 아니고, 특히 아버지 역할을 망각하고 엄마에게 맡겨버릴 일은 더더욱 아니다.

흔히 부모의 일방적인 기준에 의해, 자녀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행위라도 자녀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부모의 감정이 앞선다면, 그 훈육은 꼭 체벌이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 체벌과 다름이 없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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