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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치킨의 성지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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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치킨의 성지 대구
  • 김원식
  • 승인 2023.12.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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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일 시인
허행일 시인 (사진=동양뉴스DB)
허행일 시인 (사진=동양뉴스DB)

[동양뉴스] 대구는 이미 '치맥 페스티발'이 열릴 만큼 치킨으로 유명한 도시다.

치킨의 기원은 미국 남부 흑인문화에서 기원한다.

노예제도가 있을 때 흑인들이 노예주인 농장주들이 선호하는 가슴살을 제외한 닭목과 날개, 닭다리 같은 것들을 기름에 튀겨 먹는데서 연유하였다.

하지만 대구가 치킨의 본고장 미국을 맛과 질로서 넘어 선지는 오래다.

유명 치킨 브랜드의 대부분이 대구에서 출발했고 또 성행,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를 6,70년대 대구 근교 양계산업의 활성화로 말할 수 있겠지만 이론적으로 시대, 의미, 가치 등의 증거를 보면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상관관계를 손꼽을 수 있다 하겠다.

대구의 옛 지명은 '달구벌'이다.

'대구'라는 것은 신라 경덕왕 때 지명을 한자식으로 표기하기 위하여 '달구'를 차용해 온 것이다.

'대구'라는 뜻은 '큰 언덕'을 뜻하지만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대구를 이웃한 소도시 경산의 옛 지명도 닭과 관련된 '압독'이다.

신라의 수도 서라벌의 위치에서 보았을 때 '닭의 앞에 있는 나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닭'을 뜻하는 도시는 바로 달구벌이다.

닭의 경상도 방언이 '달구'이고 '벌'은 평야를 뜻한다.

서라벌이 '계림(닭의 숲)'이었듯이 달구벌도 닭과 평야의 합성어인 만큼 계림과 비슷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추해 볼 때 서라벌과 달구벌은 동물을 숭상하는 토테미즘 사상에 의해서 예전 부족국가 시대부터 닭을 숭상했던 것 같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경주 서쪽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 그 곳에 가보니 금궤짝과 흰 닭이 울고 있더라'고 적혀 있다.

여기 금궤짝 안에서 김알지 왕이 탄생한다.

또 여기서의 흰 닭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봉황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닭이 의미하는 바도 크게 달라졌겠지만 분명히 대구와 닭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치킨이라는 것은 없었고 통닭이 대세였다.

통닭과 치킨은 음식조리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나마 비싼 음식이어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닭다리 하나를 쭈욱 찢어서 뼈 채로 발라먹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었다.

어쩌다가 통닭을 먹게 되는 날은 아버지의 월급날이거나 요행수가 있던 날이었다.

군대 입학 전 대학시절에, 대구 중심에 호프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그때 생맥주와 처음 접했던 치킨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는 치킨 정도의 음식은 간단히 먹을 수 있고 동네마다 치킨집들이 경쟁을 할 정도니 시절이 참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렇듯 닭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자부심과 홍보, 프렌차이즈 업체들의 경쟁을 위한 양심만 저버리지 않는다면 치킨은 대구 발전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 동구청에서 평화시장 닭통집 거리를 명품거리로 조성하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오늘 같이 눈 내린 저녁에는 맥주 한 잔에 치킨을 곁들여야겠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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