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17:09 (토)
어두운 창고에 갇힌 "故 천상병詩人"의 숨결
상태바
어두운 창고에 갇힌 "故 천상병詩人"의 숨결
  • 박영애 기자
  • 승인 2012.09.21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시대 마지막 순수시인 천상병 시인의 유품이 부인 목순옥씨가 세상을 뜬 뒤 집이 경매처분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품 중에는 고인이 집필에 쓰던 필기도구와 육필원고 등 의미 있는 물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20일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부인 목씨는 천 시인이 생전에 살던 의정부시 장암동 집이 의정부IC 개설로 수용되자 인근 장암동 212의 24 일대 수락산 기슭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이주보상금과 대출금으로 집을 마련한 목씨는 죽기전까지 이곳에서 친정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서울 인사동에서 운영하던 카페 '귀천' 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금이 연체되기 시작했고 빚은 대출이자를 포함해 3억2천만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목씨의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목씨는 경매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던 지난 5월 목씨의 집에 대한 경매가 진행돼 개인에게 매각되면서 천 시인의 유품들이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념사업회가 최근 유품을 모두 수습해 구리시의 한 극단창고로 옮겨 놨지만 어디로 보내질지 모르는 불편한 더부살이 신세다.
 
창고에 보관돼 있는 천 시인의 유품은 고인의 육필 원고와 손때 묻은 책, 우편물, 필기도구, 안경, 의류 등으로 분량만 50상자에 달한다.
 
기념사업회는 유품을 보관 관리할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연고가 있는 의정부시와 서울 노원구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흔쾌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천 시인 부부는 결혼 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10년, 의정부시 장암동에서 13년 정도를 살았다.
 
또 의정부시는 시민 산책로의 이름을 천 시인의 시 '귀천' 에서 따와 '소풍길' 로 명명하고 해마다 천상병 예술제를 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역시 수락산 등산로의 이름을 '천상병 등산로' 로 명명했으며 천상병 공원도 조성해 천 시인을 기리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내년은 천상병 시인이 작고한 지 20주기가 되는 해" 라며 "장사익, 이외수 등 평소 생전에 친분이 있던 분들이 뜻을 모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천 시인은 1930년 마산에서 태어나 1949년 문예 '갈매기' 로 등단했다.
 
살아서 유고시집까지 나왔던 천상병의 시는 맑고 깨끗한 서정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순수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대중에 잘 알려진 시로는 '귀천(歸天)'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