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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규모 시위 '월가를 점령하라', 美노동계 '자극'.."그동안 왜 안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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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규모 시위 '월가를 점령하라', 美노동계 '자극'.."그동안 왜 안나왔나"
  • 조태근
  • 승인 2011.10.07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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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3주만에 1만명 넘게 모여, 노조도 시위참여 지지 표명
▲ 뉴욕타임스는 5일자 기사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미국 노동계가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뉴욕에서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 시위가 청년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과 사회운동단체, 일반 시민들까지 합류하면서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였다. 워싱턴DC에서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미국 국회의사당 주변에 모였으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시위대가 한때 은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대규모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분노'에 주목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오후 뉴욕에서 열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는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지난달 17일 수십명으로 시작했던 시위가 3주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이날 시위에는 노동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자녀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미국 최대 노동조합인 미국산별노조총연맹(AFL-CIO)과,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전미교원노조(United Federation of Teachers), 전미간호사노조( National Nurses United), 운수노조(Transport Workers Union) 조합원들은 "혁명"(Revolt), "점령하라-저항하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뉴욕 경찰은 이날 밤 8시께 월스트리트에서 가까운 브로드웨이 교차로에서 도로로 나선 시위대 8명을 체포했으며, 밤 9시 30분에는 스테이트앤브릿지가에서 시위대들을 체포했다. 또 지난달 24일에 이어 또다시 최루액을 사용했다.

뉴욕타임스는 노조가 수년동안 이끌어내지 못했던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단시일 내에 끌어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노동계 지도자들은 시위대가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는 점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저명한 노동계 지도자인 스튜어트 아펠바움(Stuart Appelbaum) 상인.백화점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처음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히피들이나 문제아들이 벌이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으며, 곧 시위가 사그라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월가를 점령하라'에서 노조가 시위대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노조 내부에서는 노조가 시위에 적극적으로 결합할 경우 시위대가 소외감을 느끼는 등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시위대에 급진 좌파와 반정부 세력이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시위에는 많은 노조 지도자들이 참여했으며, AFL-CIO집행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지지를 표명했다. 한 AFL-CIO 간부는 "지역 노조 조합원들로부터 왜 노조 조직이 '월가를 점령하라'에 나오지 않느냐는 말을 들어 왔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시위가 극우 '티파티' 세력에 맞서는 세력으로 성장해,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로 하여금 고용과 같은 노조의 이슈에 더 관심을 갖도록 압력을 가하기를 바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미국 노동계의 오랜 과제인 조직화 이슈를 제기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신문은 중장년층으로 구성됐고, 위계질서가 뚜렷한 노조와 젊은이들이 주축이 돼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월가를 점령하라'가 섞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는 요구사항 리스트를 다양하게 만들어 놨으나, '월가를 점령하라'는 아직 명확한 요구사항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월가를 점령하라'는 미국 대도시들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DC에서는 6일 뉴욕의 '월가를 점령하라'의 워싱턴 판인 "DC를 점령하라(Occupy DC!)" 시위가 1천 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벌어졌다. 시내 중심가 프리덤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대의 행렬은 전세계 언론사들이 입주해 있는 내셔널프레스빌딩(NPC)까지 이어져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점심 시간부터 시작된 시위에서 "우리가 99%다"는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고등학생, 노인들까지 가세해 "워싱턴을 점령하라"('Occupy DC!')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월가를 무너뜨려라", "정치인과 범죄자는 같다"라는 구호에서부터 "오바마가 월스트리트의 투기를 조장했다", "티파티를 몰아내라"는 직접적인 정치적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전쟁은 충분하다, 평화를 선포하라"는 반전 메세지와, 여성.환경운동 메세지도 나왔다. 워싱턴 시위대는 프리덤 광장 집회를 마친 뒤 연방정부 청사가 밀집해 있는 거리로 행진을 벌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지점앞 도로에서 시위를 벌였고 다른 수십명의 시위대는 원웨스트 은행의 임원 집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10여명의 시민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은행에 들어가 '캘리포니아주민 일동'에게 지급하도록 돼 있는 문짝 크기의 6730억 달러짜리 수표를 제시하고 현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날 시위에는 LA시의회 의원들도 잠시 들렀다 갔으며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하고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기 했다. [민중의소리=조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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