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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가을 향(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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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가을 향(響)
  • 서다민
  • 승인 2021.09.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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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범 교수의 세상을 보는 눈 ⑱
강경범 교수.
강경범 교수.

[동양뉴스] 추분秋分을 지나니 밤낮으로 살갗에 서늘한 기운이 감 돈다. 1792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제1공화국이 선포되고 이듬해 공화력을 제정하면서 인민의 대표자들이 “시민적, 정신적 평등을 선포한 그 순간도 낮과 밤의 평등이 하늘에 새겨져 있다” 하였으며 또한 낮과 밤의 길이가 같기에 지나침과 모자람 없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지 않는 중용의 덕으로서 추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낮의 뙤약볕과 천둥 번개의 나날을 이겨냈음에도 겸손하게 고개 숙인 논밭의 곡식을 거두며 잡다한 가을걷이를 서두르면 비로소 밤의 길이가 길어지고 단풍이 짙게 깔리는 아름다운 계절인 것이다.

본디 쓰임새는 정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로 표현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원래 살찌운 말을 타고 곡식을 약탈하고 노략질을 일삼는 흉노에 대한 변방 백성들의 고통과 절박한 심정을 비유한 말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그 뜻이 퇴색하고 변하여 맑고 풍요로운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으니 한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한다. 가을걷이의 풍요함 넉넉해진 삶의 여유와 함께 어찌 보면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2014년 국립중앙도서관의 484개 공공도서관의 대출데이터 약 4200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월이 가장 적고 다음으로 11월과 10월 순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봄과 여름에 더 많이 읽는 것처럼 단지 가을 문학은 과거의 흔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한편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연간 종합 독서량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 북은 성인 기준 평균 7.3권, 초등학생 86.9권, 중학생 25.5권, 고등학생 12.5권으로 상급학교 진학 시 독서량이 급감하는 모습에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에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 북 등 다소 그 차이가 있겠지만 이처럼 문학을 접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만약에 독서를 하면서 정해진 틀 속에 갇혀 있는 사고라면 그 순간 책에 대한 생명력의 한계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독서는 문법이 아니다. 해석이 필요 없으며 각자의 느낌대로 어머니 말씀처럼 쉽게 접근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급기야 극단적 삶의 포기와 함께 인간관계 및 실물경제에 있어 많은 부작용과 사회적 그늘을 양산 시키며 언텍트 문화로 다가서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외로움, 우울, 홀로서기, 단절 등 정신건강을 위협하며 고립된 터널 속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 변화된 세상을 매번 이길 수 없기에 자신과 싸움에서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나름 길을 택하는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지난 역사와 삶을 돌아보며 시행착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강화된 방역 조치는 극히 제한된 상황을 제시하고 있으나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면 어떠한가, 초가을 마음의 위로와 평안, 새로운 지식과 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돌파구를 여는 방법은 어떨까. 연암 박지원 선생의 실용지학實用之學은 바로 실천적 문제의식을 지니고 책을 통하여 얻은 지혜를 현실에 응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독서를 잘한 사람善讀書者’이라고 불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책을 읽기 전에 우선 자기의 문제의식과 나름 주견이 확실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곧 독서는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삶의 장인 것이다. 가을 향響 속에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며 곡간을 채우듯이 문장을 완성하여 나가는 것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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