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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순천대 10·19연구소 연구원 소설집 '공마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차 문학나눔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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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순천대 10·19연구소 연구원 소설집 '공마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차 문학나눔도서 선정
  • 강종모
  • 승인 2022.06.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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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순천대학교 제공)
(사진=순천대학교 제공)

[순천=동양뉴스] 강종모 기자 = 국립 순천대학교는 10·19연구소 정미경 연구원이 소설가로서 발행한 첫 소설집 '공마당'(문학들, 2021 刊)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올해 1차 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문학나눔도서'는 문학 진흥 특화를 위해 세종도서에서 문학 부문을 분리해 선정하고 있으며, 공정성 있는 심사를 통해 국내에서 발간되는 우수문학도서 중 6개 분야에서 연간 3회에 걸쳐 500종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는 1382종의 도서가 접수됐으며 심사 결과 188종의 도서가 최종 선정됐으며 ‘공마당’은 소설 부문 선정작 43개에 이름을 올렸다.

선정과 관련해 저자인 순천대 10·19연구소 정미경 연구원은 "여순사건은 여수·순천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다. 유족 증언 채록을 다니면서 그 비극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음을 절감한다. 여순사건은 지역의 역사를 넘어 한국현대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 실상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침묵한다.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 아픔을 알리고 같이 나누기 위해 피해보고서를 소설화 했다. 문학 나눔도서에 선정되어 전국 곳곳에 배치된다고 하니 기쁘다. 더 많은 분이 읽고 아픔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정도서는 더 많은 독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도서구매 지원이 이루어진다.

1948년 10월에 일어난 '여순사건'과 유족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공마당'에는 소설 어디에도 '여순사건'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생생하고 절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순천대학교 10·19연구소에서 5년째 유족들의 상처를 직접 채록·정리하는 일을 해왔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생존의 대가로 남겨진 수치심과 부끄러움, 트라우마를 작동시키는 공포의 징후들, 신경증적 우울, 생존에 대한 강박적 집착, 순결과 위생에 대한 강박증 등 정미경 소설의 인물들이 겪는 증상들은 망각과 시간에 저항하면서 하나의 사건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여순사건'이다.

1948년 10월 여수와 순천을 포함 전남 동부에서 발생했던 군인들의 반란과 진압 과정에서 자행됐던 '양민학살'이다.

지난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여수·순천 사건' 당시 민간인 124명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된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1948년 11월 전남도 보건 후생당국의 피해조사에서는 전남 동부지역 6개 시·군에서 2633명이 사망하고 825명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확인된다.

유족들은 1만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불일치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과 기억이 온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기억하기 위한 글쓰기의 행위가 종결될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모두 해당 사건 이후 남겨진 자 또는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들이다.

작가가 양민학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증언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차별받고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과 그 가족들의 삶에 대해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순천대학교 제공)
(사진=순천대학교 제공)

비극은 '손가락질'로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손가락질로 사람을 죽게 한 트라우마로 정신병을 앓는 엄마를 소녀의 시선으로 그린 표제작 '공마당', 순경들이 마을에서 '좀 모자란 놈'을 골라 손가락질을 하도록 한 '독사의 뱃가죽', 고문 끝에 친구의 동생을 지목할 수밖에 없었던 '금목서' 등이다.

예를 들면 '신전'의 문홍주는 14세의 빨치산 소년병이다.

전투 중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던 소년병을 신전마을로 데려간 산사람들은 아이를 보살펴주고 일체 함구할 것을 요구한다.

"노출이 될 시에는 마을을 전멸"시킬 거라고 엄포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 협박 때문이 아니라, 소년병인 문홍주가 이웃 마을 한약방 집의 손자였고,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마을을 드나들었던 까닭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치료를 받고 돌아간 소년병은 얼마 후 국군과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손가락질'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년이 밥해 줬어" "이년은 감 따 줬어" "이년은 내 옷을 빨아 줬어" "이놈이 나를 치료해 줬어"

소년병의 손가락질 하나가 빨갱이와 내통했다는 증거가 됐고, 그날 밤, 신전마을 32가구 중 12가구 24명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정미경의 기억 작업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문학의 윤리가 무엇인지 또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증언에 편집을 거치지 않고 플롯을 생략하고 날것의 언어들을 그대로 담아내기도 한다.

정미경의 소설들에 쓰인 그녀들의 진한 전라도 사투리에는 의례화되고 기념비화되는 역사적 의미를 초과하는 정동이 스며 있다.

그러니 반드시 이 소설들의 증언을 읽을 때에는 소리 내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원로소설가 한승원은 이번 소설에 대해 "이념 다툼속에서 진압이라는 잔인한 폭력에 의해 인간이라는 생명체들이 어떻게 죽임을 당하고, 상처 입은 그들이 어떻게 얼병 들고, 어떤 정신적 외상을 안고 살았으며, 그게 얼마나 슬프게 후세에게 물려졌는가 하는 실존을 예리한 카메라로 각인하듯 찍어냈다"고 평했다.

2022년 1월 21일, 10·19 여순사건 발발 73년 만에 제정된 여순사건 특별법이 시행됐다.

지난 2월 9일에는 '10·19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요원하다.

특별법 제정은 4·3 제주사건에 비해 20년이나 뒤처졌고, 희생자들의 위로와 그 유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제대로 된 기념 공간조차 없다.

정미경 작가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순천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순천대학교 국어교육과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순천대학교10·19연구소'에서는 5년째 10·19유족증언채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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