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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칼럼] 의료개혁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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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칼럼] 의료개혁 반드시 필요하다
  • 김원식
  • 승인 2024.04.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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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박민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박민규 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동양뉴스] 본질을 잃어버리면 대부분 다른 요소에 의해 지배받게 되는데, 이런 면에서 국내의료는 궤도 이탈한 지가 한참 된 듯하다.

의료가 공공재가 아니라 돈벌이의 최고 수단으로 인식되어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의사가 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8년 필자와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몇 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은 돈이 목적이 되어 진학하지는 않은 걸로 기억한다. 

현재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의과대학 2000명 증원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이 사태는 지난 세월동안 시장 및 정책 실패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시장 실패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지난 수십 년 간 국내 의과대학의 정원은 3,058명으로 동결되어, 수요 공급의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았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제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점화되었다.

더 많은 수요처를 찾아 의대 졸업 후 수도권으로, 대도시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최근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를 출간한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독일과 비교하면서 국내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은 정부가 증원을 50% 늘린다고 했을 때 과중한 업무로 의료서비스 질이 급격히 떨어졌다면서 전적으로 찬성한 반면, 우리는 전혀 다른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과 행동 이면에는 독일은 의사가 다른 의사를 보호하고 연대해야 할 동료라고 생각하는 반면, 한국은 ‘경쟁자’, 심지어 ‘적’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사고의 타락과 교육의 병폐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의료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정부의 정책 실패도 큰 몫을 한다.

첫째는 진료 건별로 진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의료인들에게 과잉진료를 암묵적으로 허용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확대로 인한 비보험 진료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 항목을 뺀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다.

의사 재량이 많이 부여된 비급여 항목이 실손보험과 맞물려 비급여 진료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비(非) 필수과목인 소위 피안성정(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에 의료 공급이 집중되게끔 했다.

마지막으로 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후에도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에 주 80시간을 근무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허용했다.

미래 수입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구조인데, 여기에 증원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이들을 중심으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러한 노동구조 역시 제대로 바꾸지 않고 의사 증원만 늘린다면 의료인의 집단행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이러한 산적한 문제를 풀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미리 하나씩 해결했더라면 이처럼 고차방정식을 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이제는 하는 수 없다.

이번에도 의료개혁에 실패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암울할 것이다.

절대적인 증원 확충과 함께 6년 의과대학 학제 단축 추진, 필수의료 처우 개선, 지역 공공의대 설립 등 지방 의료서비스 공급 확충, 수련의와 전공의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 및 보상체계 강화, 임상의료 중심에서 의료기술 기반 의과학자 육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러한 것들은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개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차근차근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의료교육도 기술과 성장, 경쟁 중심에서 성숙과 연대, 존엄주의 교육으로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해야만 국내 의료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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